대학로에 야구점퍼가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야구팬들의 전유물이었던 야구점퍼가 대학생들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 2005년을 전후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체육학과 같은 특정학과에서 많이 이용되었지만 이제는 학교, 학과를 가리지 않고 야구점퍼를 학과 점퍼로 맞춤제작 한다고 한다.
때문에 대학로를 지나다니면 길거리에 대학생 10명 중 3-4명꼴로 야구점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대학들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신촌역 근처에 거주한다는 이혜림(29) 씨는 “길을 가다보면 야구 점퍼를 입지 않은 학생을 보기가 힘들다. 처음에는 다들 야구점퍼를 입고 있어 의아했는데 자세히 보니 점퍼에 학교 이름이 있는 걸 보고 그게 학교 점퍼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명문대학교 학생의 경우 80% 이상의 학생이 학교 야구점퍼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학교 교내매장은 물론 동대문에서 야구점퍼를 파는 매장에서도 매년 판매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동대문에서 야구점퍼를 판매하고 있다는 정의석(32) 씨는 “학기 초에 각 학교의 학과나 동아리에서 단체주문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주문을 받기 위해 업체끼리 경쟁도 한다. 보통 소매의 소재나 여러 가지를 추가하다보면 5만원을 그냥 넘기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수입이 꽤 좋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야구점퍼의 유행을 두고 일부에서는 과거 70년대의 대학교 배지가 변화한 형태라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이 별로 없던 1970년대에는 대학교 배지를 통해 대학생임을 배지로 알리고 다녔다. 이 시기에는 대학생만이 배지를 달 수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달고 다녔으며, 특히 명문대 학생의 경우는 명문대 배지를 달고 다니며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집안사정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는 이남규(66) 씨는 “나는 대학을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배지를 달고 다니는 학생들이 늘 부러웠었다. 배지를 볼때마다 열등의식도 생겼고 배지를 단 학생들이 얄밉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90년대로 들어가면서 배지가 단체 티셔츠로 바뀌었고 2000년대에 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지금의 야구점퍼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글루 블로거 ‘Rurika’에 따르면 이렇게 야구점퍼가 대학교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하기까지에는 야구점퍼의 특성도 한몫했다고 한다. 실용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입기 좋아 단체복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다.
야구 점퍼를 즐겨 입고 다닌다는 연세대학교 정준섭(23) 씨는 “학교 소속감도 증가하는 데다 야구점퍼가 예뻐서 어떤 옷에 입어도 잘 어울리고 따뜻해서 더 자주 입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점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원 김지은(26) 씨는 “유행따라 가듯 전부 야구 점퍼를 입고 다니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야구점퍼가 교복도 아니고 왜 대학까지 와서 꼭 학교 이름이 박힌 옷을 입고 다녀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야구점퍼를 입지 않는다는 부경대학교 학생 최민애(21) 씨는 “옷으로 자신이 명문대 생임을 알리는 학벌과시용 수단으로 보여 별로 좋아보이진 않는다”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