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스킨십 잦아 불륜 쉽게 빠져" vs "일부 일탈 사례로 일반화해선 안 돼" 반론도 / 정인혜 기자
“등산하다 바람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배드민턴으로 왔는데... 어째 보니 여기가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프리랜서일을 하는 박모(31, 부산시 북구) 씨는 매일 아침 동네 체육공원으로 향한다. 8시부터 시작하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평소 게으른 성격의 그가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말로만 듣던 불륜 커플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 박 씨는 “운동하려는 생각으로 왔는데, 와서 보니 서로 ‘님’자 붙여가며 연애하는 데 정신이 없더라”며 “아직 내 짝은 못 찾았지만 불륜 커플 구경하는 재미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는 “동호회 회원 열 명 중 일곱은 불륜 커플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배드민턴 동호회가 불륜의 온상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년 남녀가 뒤섞여 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서로 눈이 맞거나 아예 불륜을 목적으로 동호회에 가입하는 일까지 있다는 것. 지난 2014년 국민생활체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시점까지 등록된 배드민턴 동호회 가입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여성 사이에서는 1위, 남성 사이에서는 축구 다음인 2위를 차지한 수치다. 배드민턴이 명실상부 범국민적인 생활 체육으로 급부상했다는 뜻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같이 배드민턴 동호회의 인기를 견인한 주역이 40, 50대라는 점이다. 젊은 층에 비해 즐길 수 있는 여가거리가 부족한 중년층들이 스포츠 동호회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등산 동호회가 ‘불륜 온상지’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기피(?) 대상이 된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8시 30분이면 모임을 시작하는 부산의 한 배드민턴 동호회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해당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회원 이모(39) 씨는 경기가 끝난 후 회식 자리에 가면 회원 다수가 불륜을 즐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가만 보니 대다수가 불륜 커플이더라”며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부둥켜안고 스킨십하는 커플들 사이에서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고 혀를 끌끌 찼다. 이 씨는 “등산하다 바람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배드민턴으로 왔는데, 여기는 더 심한 것 같다”며 이번 달을 끝으로 배드민턴 동호회를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부산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일어난 불륜 문제를 언급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배드민턴 운동시설 대여 관리를 했다는 한 남성은 “배드민턴 동호회에 나가는 회원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은 80%”라며 “내 손목을 걸고 장담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나머지 10%는 부부동반 회원, 혼자 나오지만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는 사람이 10% 정도라고 주장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이는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동종업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말을 한다”며 “배우자가 생기면 절대 운동 모임에 보내면 안 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거듭 강조했다. 운동을 목적으로 시작된 모임이 왜 불륜의 장소가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배드민턴 동호회 경력 5년 차 김모(41) 씨는 혼합 복식 경기를 주로 치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녀가 짝을 지어 팀을 이루고 함께 땀 흘리면서 경기를 하다 보면 정이 싹 틀 수밖에 없다는 것. 김 씨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떡하니 자식 사진 올려둔 사람들이 서로를 배드민턴 와이프, 배드민턴 남편이라고 부르며 보약도 지어 먹이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라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아주 가관”이라고 말했다. 몇몇 사례를 가지고 배드민턴 동호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불륜 커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배드민턴 동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51) 씨는 배드민턴 클럽은 불륜 커플이 활개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침 운동이라는 특성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바닥이 좁다'는 게 그 이유. 이 씨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불륜을 하겠느냐”며 “배드민턴 동호회가 불륜 클럽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항변했다. 그는 동호회에서 불륜을 목격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한다”면서도 “어느 곳이든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배드민턴이라는 운동 자체가 좋아서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라는 최모(47) 씨도 "일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내 주변에선 건강을 지키려고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일부의 스캔들이 '침소봉대'돼 스포츠 동호회원 모두를 수상쩍은 시선으로 바라봐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불륜 이쪽으로 몰릴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