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선생이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여성영화인모임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남옥 선생님이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박 선생은 1923년 대구 근처 하양 마을에서 10남매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투포환 선수로도 활약했던 그는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가정과에 입학했지만, 부모의 결혼 압박에 학교를 중퇴했다. 22세가 되던 1945년부터는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에 들어가 현장 경험을 쌓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후에는 국방부 촬영대 종군 촬영반에서 활약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행보였다.
1954년 첫딸을 출산한 그는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다니며 영화를 제작할 만큼 감독 일에 열의를 보였다. 그렇게 탄생한 첫 연출작이 <미망인>이다. 천신만고 끝에 제작한 영화였지만, 흥행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당시 여성 감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는 데다, 35mm 영화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망인>은 16mm 영화였다.
그는 이후 월간 영화지 '시네마팬'을 창간한 후 동아출판사 관리과장직을 지냈다. 1992년이 되던 해, 고인은 딸의 유학으로 인한 미국행 결정으로 한국을 떠났다.
지난 2001년 여성영화인모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에 출연한 박 선생은 “‘<미망인>을 찍을 때 죽을 만큼 고생했지만, 눈물이 나도록 그 당시가 그립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트위터 유저 anne** 씨는 “이런 분들이 다 선구자”라며 “후회 없는 삶 사셨으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skwj** 씨는 “아기까지 업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