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0일 부산에서 가진 첫 거리 유세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심 후보는 이날 오후 7시 경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벌인 거리유세에서 "안철수 후보 공약에는 사람이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 유세는 지난 19일 KBS 초청 대선 토론회 이후 '정의당을 탈당하겠다' '심상정 후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등 비판여론이 몰아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심상정 후보가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을 모았다. 토론 당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서면에서 진행된 심 후보의 유세에서는 대선 토론회나 문재인 후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부산 출신 정치인이라는 것과 두 사람 다 개혁 의지가 약하다는 이야기 외에 특별히 문재인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심상정 후보는 이날 안철수 후보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심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개혁의 방향을 잃었고, 광장을 떠난 후보"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또 "안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해 아주 소극적이고 법인세 인상도 주춤거리며 안한다"며 "노동자, 서민에게 인색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주요 공약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기술혁신만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다른 직업을 구해야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비가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룩한 경제 성과를 국민 모두의 성공이 되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국방 안보 공약에 대해 "국방예산 늘리고 R&D 투자해서 무기개발하는 안보산업만 있지, 국방의무를 하러 군대에 가는 청춘 장병들의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 자신은 국군장병들에게 최저임금의 40%인 54만 원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것부터 국방 공약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 심 후보는 원전 철폐와 부산 지하철 안전 대책을 내세웠다.
심 후보는 "우리나라 정부는 원자로로부터 20km가 비상계획을 세워야 하는 구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국제원자력연구소에서는 원자로로부터 30km범위를 비상계획 구간으로 정해놓고 있다"며 원자로가 부산시와 30km 반경 이내에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또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2040년까지 원전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어 "지금 대통령 후보 중에 탈원전 로드맵을 책임 있게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딱 한 사람 있다"며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
심 후보는 부산 지하철 다대선 개통에 대한 축하를 전하면서도 "다대선 만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인원을 감축해서 재배치됐다고 생각하니, 부산 지하철 전체가 안전에 비상이 걸린 것 아니냐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산 지하철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워줄 것을 부산 시민 여러분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날 심상정 후보의 선거 유세가 이뤄진 서면 쥬디스 태화 앞은 20대, 30대 청년들로 가득했다. 심 후보가 선거 유세 연설을 하는 곳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는 대학생들이 몰려있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는 40대, 50대 중년층 관중들도 유세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환호하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서면을 찾았다는 대학생 김희연(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문재인 후보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며 여성 인권에 대한 말은 하면서 성소수자는 배제해서 충격받았다. 확실하게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는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진숙(5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었는데 심 후보가 연설 중 언급했던 '청년 사회 상속제'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증여세를 거둬서 청년들에게 균등하게 천만 원을 나눠준다는 게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최민기(3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지나가다가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길래 발길을 멈췄다"며 "최저임금 1만 원과 국군 장병 월급 53만 원 공약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 표명과 부산 시민들에 대한 지지호소로 부산에서의 첫 유세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