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뜨거운 육수 세례를 받은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2일 친구와 싸움하다 이를 말리는 경찰관에게 뜨거운 육수를 들이부은 남성 A(26)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새벽 2시 7분께 한 국숫집에서 친구 B 씨와 술을 마시다 여자 문제로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였다. 이에 인근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모 경사가 싸움을 말리자, A 씨가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주방에서 뜨거운 육수가 든 주전자를 들고 나와 B 씨와 김 경사에게 이를 뿌린 것.
김 경사는 B 씨를 보호하기 위해 A 씨를 등지고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얼굴, 팔, 허벅지 등에 화상을 입었다. 김 경사는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공무를 수행 중이던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죄질이 아주 나쁘다”며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공권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2015년까지 5년 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연평균 1만 1000명~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고교생 3명이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이들 고교생 3명이 당초 SNS를 중심으로 ‘경찰이 테이저 건으로 청소년을 과잉 진압했다’고 폈던 주장이 허위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줬다. 조사 결과,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던 학생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먼저 욕을 하고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들도 경찰 공권력이 약화됐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요즘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경찰을 우습게 보는 분위기”라며 “아들뻘 중학생한테 욕도 자주 듣는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10대 청소년들까지 이런 식으로 행동할까 싶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인권 침해 소지 때문에 강력하게 진압할 수도 없어 경찰도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주부 최미경(51, 대구시 동구) 씨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제대로 해야 선량한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데, 경찰이 범죄자 눈치를 보는 세상이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이 무시당한다는 뉴스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미국이었으면 총 맞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박주경(25) 씨는 “과거 인권 탄압의 아픈 기억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경찰을 지나치게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며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는 엄격히 규제하되 현행범을 제대로 진압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