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져가부러~ 아따 떨이랑께”,“언니야~ 이거 좀 사가이소!” 빨주노초파남보, 색색의 천막과 파라솔들만큼 전국 각지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이곳, 바로 ‘구포시장’이다.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구포시장은 달마다 3일에서 8일, 전국 시장 토배기들이 모이는 5일 장이 열린다. 대형 할인점이 즐비해 있는 요즘, 어릴 적 엄마 옷자락을 잡고 길게 늘어선 장을 구경할 곳은 드물다. 하지만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옛날의 시장 모습 그대로 멈춰 있다.
구포시장을 들어서면, 시장의 모습처럼 팔딱거리는 싱싱한 생선들과 시장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면서 시장 안을 들어섰음을 알 수 있게 사람들 발밑에는 가지각색의 양동이가 즐비해 있다. 그리고 귓가에는 “지져 묵고 구워먹는 것이 삼천 원~ 어서 오시소, 맛 한번 보고 가이소”라는 정겨운 목소리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구포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생선 장사를 한 김순임(41) 씨는 구포시장에 오면 전국에서 온 장사꾼들도 만날 수 있고 각 지역의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김 씨는 “자갈치는 부산 토배기들만 있어 재미없어. 여기가 진짜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라. 내가 몇 십 년 동안 여기로만 장사하러 와”라고 연신 생선을 다듬으며 말했다.
바다의 물결처럼 사람 물결을 타고 구포시장 안쪽으로 밀려들어 오면, 우리는 시장의 핫 플레이스(가장 인기가 많은 곳), ‘묵자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장터에 모인 사람들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포시장의 효자 골목이다. 밖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깨끗하고 넓은 식당들은 아니지만, 한 푼이라도 아깝고 주머니 사정이 풍요롭지 못한 장터 사람들에게는 애환을 달래줄 수 있는, 싸고 양 많고 정이 있는 가게들이 한 발짝 건너 자리잡고 있다.
묵자골목을 따라서 나오면, 그때부터는 진정한 구포시장의 장터가 보인다. 1972년에 상설 시장으로 변한 구포시장이 아닌 1919년 만세운동이 일어난 구포시장의 본연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각 지역에서 온 시장꾼들과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그곳, 바로 구포시장 5일 장이다. 꾸며놓은 가게가 아닌, 앉아서 자리를 펴면 그곳이 가게가 되는 곳이다.
“서이 너이 다섯~ 자! 안 파는 셈 치고 준다!”,“언니야~ 이거 사가래이~”,“우리 마누라보다 얼굴 예쁘니깐 더 주는 거랑께~” 말만 붙이면 이웃이 되고 이모가 되거나 언니야가 되는 곳, 사람 냄새가 난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이런 곳을 보고 하는 말이다.
구포시장 관리팀 총무부장 최승준(54) 씨는 이곳에 물건을 팔러오는 노인분들은 장날에 오는 것이 유일한 활동이고 생활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이 반찬이라고, 이곳에는 정이 있고, 문화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나니까, 상인들이 장날만 기다리고 찾아온다”고 밝혔다.
최 씨는 구포 장날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생선을 팔기 때문에 1000원짜리 물건들이 넘쳐난다며 더욱더 고객들을 위해 주차 시설이라든지 공용 화장실 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