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자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회창 회고록> 출판사 김영사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고록의 주요 부분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회고록 중 ‘보수가 가야 할 길’에서 “이번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본인의 말대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듭 강조했다. 두 번째 책임자로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않고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침통하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했다”며 “이런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래놓고도 친박·비박으로 갈려 싸우면서 탄핵에 찬성한 비박들에게 탈당하라고 강박하다가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하여 신당 창당을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창당했던 나로서는 이런 사태를 보면서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보수주의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는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들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뿐 보수주의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전 총재는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 세력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보수 정당에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보수는 항상 정의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며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회고록 출간 소식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제부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입만 살아있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신 총재는 “패장은 말이 없는데 입만 살아있는 꼴이고 차떼기당 장본인을 잊어버린 꼴”이라며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 패배로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 탄생의 1등 공신, 보수 궤멸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한 지난 15, 16, 17대 대선 당시를 회고하는 네티즌들도 더러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차라리 2007년 때 이명박이 아닌 이회창이 당선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확실히 이명박보다는 사심 없고 진정 보수다웠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명박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표가 많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보수가 나쁜 게 아니라 보수라는 명분으로 이 사단을 나게 만든 사람들이 나쁜 것”, “503과 불한당은 보수주의 탈을 쓴 수구 세력”,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