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서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 더 믿나" 야당 공세 되받아쳐 달변가 면모 과시 / 정인혜 기자
정기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이다 답변’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 총리의 답변을 정리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각 커뮤니티 인기 글에 차례로 랭크될 정도다.
이 총리는 11일,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되받아치거나 역공을 펼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시원하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보수정당 의원들과의 설전에서 이 총리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얻은 게 뭔가. 핵과 미사일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지난 9년 동안 햇볕정책과 균형자론을 폐기한 정부가 있었다. 그걸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은 게 뜻밖”이라고 받아쳤다.
당황한 김 의원은 공격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은 대북 대화를 구걸하는 거지같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의 안보 정책인가”라고 오보로 밝혀진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김 의원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최근 불거진 공영방송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최근에 KBS나 MBC에서 공정한 보도를 한 것, 혹시 기억나시거나 본 게 있나”라고 질문하자 잠깐 뜸을 들인 이 총리는 “잘 안 본다”고 대답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이 총리는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다”며 “보도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가 알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정한 보도를 찾아보고 있다”고 답변해 박 의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 총리는 정계 입문 전 동아일보 기자로 일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의 설전도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박 의원은 “우리 정부는 한미 두 정상이 전화 통화해서 탄두 중량 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첨단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며 “우리 정부는 왜 이 사실을 숨기느냐. 합의가 안 된 것 아니냐”고 이 총리를 압박했다. 이에 이 총리는 “구체적인 무기 구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박 의원님께서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 백악관을 더 신뢰하지 않으시리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한 것과 비슷한 화법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터져 나왔다. 이 총리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는 “명불허전 갓낙연”, “부드러운 카리스마”, “언론인 출신 정치인은 다 비호감인 줄 알았는데, 이낙연 총리는 잘 뽑은 것 같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