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기간 SNS를 통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글을 수백여 차례 유포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사실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허위 사실인 줄 몰랐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신 구청장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약 석 달간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200여 차례 올리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신 구청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문재인이 1조 원 비자금 수표를 돈 세탁하려 시도했다”, “문재인의 부친은 북한 공산당 인민회의 흥남지부장” 등의 메시지를 유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19일 공개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 내용에 따르면, 신 구청장 측은 범죄 사실은 인정했지만 혐의는 부인했다.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메시지 등을 전송한 것은 사실이나 문 대통령의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
매일경제에 따르면, 신 구청장 변호인은 “지인들에게 메시지, 동영상 링크 등을 전송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신 구청장이 메시지 등을 보낸 시점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구청장은 사실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인용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각하 내지 기각되리라 생각했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뿐이지, 문 대통령이 당선하지 못하게 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 구청장 측 변호인은 해당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낙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메시지를 유포한 당시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고, 조기 대선이 이뤄질지 몰랐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한겨레에 따르면, 구청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메시지를 전달한 시점은 메시지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뤄지던 때”라며 “탄핵이 인용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상태여서 조기 대선이 실시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게시한 글들은 피해자의 대선 출마를 예상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 탄핵심판의 부당함을 강조하기 위한 글들”이라며 “이들 메시지는 의견표명일 뿐 사실 적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에는 해당 메시지의 내용을 허위 사실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악의를 가지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게 아니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의 부친이 북한 공산당 인민회의 흥남지부장’ 등의 내용을 사실로 믿고 있었다는 의미다.
변호인은 “설령 허위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신 구청장은 언론 보도 및 강연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었다”며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신 구청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소식을 접한 여론은 대체로 싸늘한 반응이다. 직장인 최민정(27, 인천시 계양구) 씨는 “깨끗하게 죄 인정하고 벌 받으면 그만이지, 왜 저런 궤변을 늘어놓는지 이해가 안 된다. 강남구에서는 허위 사실이라도 그걸 허위 사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마구 유포해도 되나보다”라며 “저런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설령 허위 사실이 있다하더라도’가 아니라 전체가 허위 사실인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직자로서 죗값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총 쐈지만 죽일 의도 없었다는 말이랑 똑같네”, “우리나라 보수는 이해 관계로 똘똘 뭉친 이상한 인간들 집단”,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저런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 등의 댓글을 남겼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어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