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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의 참 원인은 배려, 사랑, 협력 같은 감성을 차단하는 어른들의 입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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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의 참 원인은 배려, 사랑, 협력 같은 감성을 차단하는 어른들의 입시 교육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7.10.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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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서구 안소희
“요즘 애들 무섭다.” 지나가는 중고등학생을 볼 때면 나는 친구와 꼭 이런 얘기를 한다. 나도 대학생 이전에는 중학생이었고 고등학생이었지만, 단 몇 년 만에 그들에게 실제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요즘 화두가 되는 있는 청소년 폭력 때문일 듯하다. 물론 학교 폭력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마치 다단계처럼 1학년이 2학년의 심부름으로 돈을 걷었고, 2학년이 다시 3학년에게 이를 건넸다. 왕따는 이미 학교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이번 청소년 폭력 문제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천안에서도 터졌고, 강릉에서도 터졌다. 연일 보도되는 청소년 폭력 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보였다.
학교 폭력 예방 홍보 포스터(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우선 소년법이 문제다. 소년법에 따라서 14세 미만 아이들은 성인과 같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죄질보다 처벌 강도가 낮다. 이미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의견들로 도배가 돼 있다. 나도 저지른 죄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고 무거운 형량만 부과하는 것을 반대한다. 어린아이가 죄를 저지르면 처벌보다 교화가 먼저라는 생각에서 소년법이 나온 모양이다. 그러나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소년법에 따라서 보호처분 등 가벼운 형량을 받은 청소년들의 재범률은 40%대에 이른다.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자들의 교화에 성공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소년법이 아무리 60년 이상 유지된 법이라 해도, 지금 사회에서 문제가 된다면 개정해야 한다. 피해자 한 개인의 인생을 파괴한 사건을 가해자가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가볍게 처벌한다면, 가해자 청소년들은 같은 사건을 반복해서 일으킨다. 소년법을 바꾸든, 아니면 다른 대책을 찾든, 청소년 폭력 사건은 근본부터 다시 손을 봐야 한다.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부실하게 대응한 문제도 드러났다. 부산의 가해 여중생은 이미 전례가 있어서 경찰이 보호관찰 중이었음에도 집단 폭행에 가담했다. 또, 경찰은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폭행 장면이 찍힌 CCTV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CCTV 소유주에게 말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강릉 여중생 사건에서도 경찰의 문제점이 반복됐다. 강릉 사건 피해 가족들이 강릉경찰서에 고소를 접수했음에도 강릉경찰서는 50일 정도 사건 처리를 미뤘다고 한다. 국민을 도와야 할 경찰이 피해 여중생을 돕는 데 미적거렸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렵다. 검찰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합의하기를 권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강릉 사건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이나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불공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성적 올리는 교육에 집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감성을 발달시키는 교육을 실행하지 못했다. 음악과 미술 교육은 이름뿐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음악, 미술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한다. 이런 사실은 음악, 미술 선생님도 알고, 교장도 알고, 학생들도 다 안다. 학교 폭력의 원인은 감성 교육을 파행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알면서 그냥 그대로 방치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감성은 공감과 연관된다. 감성이 풍부할수록 남을 이해하는 일이 쉬워진다. 감성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친구를 모른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남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는 감성이 없는데 친구와 잘 지내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대학 입시도 중요하지만, 배려, 존중, 희생, 사랑, 협력, 양보 같은 감성을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채워주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먼 목표이긴 하지만, 감성을 채워주면 사랑과 배려가 우러나와 학교 폭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프랑스 철학가인 장자크 루소는 “이성이 인간을 만들어낸다면, 감성은 인간을 이끌어간다”고 했다. 감성은 인간의 삶의 길을 바로 잡아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입시 교육이란 미명 아래 아이들의 감성을 방치하고 있다. 어쩌면 어른들이 명문대 입학을 위해 아이들로부터 감성을 제거하고 감성의 발육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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