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회사에서는 여직원에 대한 언행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 회식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사례가 더러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여성 해고나 격리 등 성차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초 직장에서 근무 중인 여성 회사원 김모(30) 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회식 일정이 잡혔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장이 “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 이유를 따져 묻자 “미투 때문에 난리인데 여자랑 같이 술 먹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어떻게 아냐”는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성희롱을 안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도대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미투 운동 고발이 무서워 여자 사원들만 왕따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여자인 게 죄도 아니고 기분 나빠서 이직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여성 직장인 최모(28) 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해외 출장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사측은 김 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평소에 성희롱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살아왔으면 조심을 해야 할 지경인지 모르겠다. 정상적인 사고로 생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며 “멀쩡한 사람이라면 조심하는 게 아니라 평소대로 행동해도 아무 문제 없을 텐데 참 기가 찬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계속 이렇게 배제된다면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들도 할 말은 있다. 조심해서 나쁠 게 뭐가 있냐는 주장이다. 사원이 20명인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43) 씨는 예정됐던 공식 회식을 모두 취소했다. 대신 남성 직원들끼리 소모임을 갖기로 했다.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는 “미투 운동하는 여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미투 운동 시대에 남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성추행이라는 게 음주운전처럼 알코올 몇 % 이상이면 면허 정지 같은 고정된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여성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 아니냐”며 “어설프게 관계 유지하면서 여자 사원들 챙길 바엔 아예 원천 차단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을 성별투쟁이 아닌 권력 위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머니투데이에 “미투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최근 남녀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다"며 "미투 운동은 남녀 구분 없이 피해자를 보듬고 서로 공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에 신음해온 여성이나 고정된 성 역할에 성폭력을 참아 온 남성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투 운동은 약자에 대한 공감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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