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모기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모기 퇴치 용품을 뒤늦게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가 하면, 최근 모기를 쫓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모기 퇴치 용품은 공기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 피부에 직접 바르는 스틱 형, 향을 피워 모기를 쫓는 훈증기 형, 모기가 싫어하는 향이 첨가된 팔찌 등이 있다. 모기를 쫓는 앱은 모기가 싫어하는 2만Hz 이상의 주파수를 발생시켜 모기가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작동된다.
모기 퇴치 관련 제품들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시 금정구의 한 약국에서는 8월 한 달간 모기 퇴치 용품 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6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부산시 장전동의 이마트 관계자도 최근 2주 간 모기 퇴치 용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판매된 모기 퇴치 용품 매출은 작년 대비 30% 가량 늘었다.
그런데 야외 활동이 심한 요즘, 피부에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이우정(30, 부산시 진구) 씨는 매년 여름만 되면 모기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약국을 찾는다. 이 씨는 약국에서 모기 퇴치용품을 한 번에 다섯 개씩 구매한다. “여름만 되면 모기에 시달려서 한 번 살 때 대량으로 구매한다”며 “확실히 바르면 모기가 덜 붙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몸에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은 피부에 부작용을 유발할 염려가 있다. 금정구의 K피부과에 따르면, 올 여름 피부에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 사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70여 명 정도에 이른다. 부산시 연제구의 M소아과 원장 최모 씨도 작년에 비해 올해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 부작용 환자가 세 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소 민감한 피부를 가진 대학생 김연정(24, 금정구) 씨는 바르는 모기 퇴치용품을 사용하자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팔에 바르고 이상이 없어 얼굴에 바른 것이 문제가 됐다. 김 씨는 “볼 주변에 모기에 자주 물려서 모기 퇴치 용품을 얼굴에 발랐더니 얼굴이 너무 뜨거워져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채원(31, 부산시 동래구) 씨는 눈 주변에 모기 퇴치용품을 바르고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잠자는 동안 피부에 흡수되지 않은 액체가 눈에 다량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씨는 “눈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시력을 잃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급히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의 부작용은 영유아에게 치명적이다. 다섯 살짜리 자녀를 둔 주부 임구혜(34, 부산시 북구) 씨는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임 씨는 자녀에게 모기에 물리지 말라고 모기 퇴치 용품을 발라준 것이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 씨는 “처음에 아이의 온 몸이 붉어지더니 얼굴과 두피로 붉어지는 부위가 번졌다”고 말했다.
일부 의약업계 측은 상품 포장지에 충분히 주의사항이 표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사용법과 정해진 용량, 알레르기 증상 등을 자세히 읽어보고 사용하길 소비자들에게 권장했다. 그는 “일부 소비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유아에게 바르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 소비자들이 사용 전 주의사항을 충분히 읽고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바르는 모기 퇴치 용품마다 사용 연령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농약과 같은 성분인 ‘디에칠톨루아미드’나 국소마취제인 ‘디부카인’, 피부에 자극적인 ‘멘톨’ 등의 성분 농도가 10% 이하면 어린이용이고, 그 이상이면 성인용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성인용을 아이에게 바를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평가원의 의견이었다.
최근 일부 의약품 업체는 화학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모기 퇴치용품을 내놓았다. 유해성분인 디에칠톨루아미드가 첨가되어 있지 않고 ‘유제니아’라는 꽃으로 만든 ‘정향유’와 계피, 라벤더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 천연 모기 퇴치 용품의 특징이다. H사의 한 관계자는 “자극적인 모기 퇴치제보다는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피부에 좋다”며 “오히려 효과도 (천연 성분으로 만든 제품) 더 뛰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진구의 L 피부과 김모 원장은 무분별하게 모기 퇴치 용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김 씨는 “많이 바른다고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량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덧발라주어야 한다”며 “영유아라면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피부에 직접 바르기 때문에 사용 전에 충분히 사용 시 주의사항을 숙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