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최근 화장품 소비자들은 유명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는 매혹적인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화장품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을 따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똑똑함 뒤에는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블로그나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화장품 멘토’ 같은 이름의 앱도 있다. 이들은 화장품 성분과 효과에 관련된 비밀을 푸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화장품 속에 들어 있는 화학 원료나 유기농 성분들을 분석하여 장단점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들은 또한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지만 1급 발암물질인 ‘탈크’와 자외선 차단제에 자주 사용되는 ‘벤조페논’, 피부 유연제인 ‘미네랄 오일’, 화장품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 등이 들어 있는지의 여부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사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 해 2분기 화장품 매출이 1조 1423억 원을 달성해 지난해에 비해 6.2% 증가했으며 경기침체 속에서도 화장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화장품을 많이 찾을수록, 화장품 업체는 여전히 유명 모델을 내세우거나 화장품 케이스를 호려하게 만들어 값비싼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화장품 제조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블로거들이 속속 활동하기 시작하고 있다. 네이버에 등록돼 있는 화장품 관련 블로그 수는 2000개가 넘고 그 중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기 블로그는 50개 정도다. 화장품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직장인 장유진(25) 씨는 화장품에 대한 성분을 꼼꼼히 따진다. 그녀는 그 결과를 블로그에 게시해 일반인들의 화장품 구매에 도움을 준다. 장 씨는 “솔직히 화장품 모델들도 자신이 광고하는 화장품을 사용할 지는 미지수다”라며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화장품이 아니며, 성분을 잘 따지고 사야 제대로 된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사는 주부 양모(35) 씨 역시 화장품 분석 블로거다. 양 씨는 다른 블로그를 통해 배운 지식을 활용해 화장품에 유해 성분들이 들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 정보를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린다. 그녀 자신도 유해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화장품을 선별해서 구매한다. 양 씨는 “솔직히 파라벤, 미네랄 오일 같은 유해 성분들이 들어있다면 좀 찝찝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분석 앱들은 화장품 제품 이름만 입력하면 가격, 안전도, 성분, 기능성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요즘 여자들은 이런 앱 하나 정도는 스마트폰에 깔고 있는 게 유행이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화장품 구매가 증가함에 따라 유명 화장품 브랜드도 화장품 성분에 대해 소비자들의 눈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NAVER의 한 블로그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K사의 유명 수분크림은 50ml에 4만 원에 가깝지만 ‘토코페롤’, ‘우레아’ 등의 유해 성분이 있음을 알렸다. 이 제품에 대한 입소문과는 달리 전성분에는 유해 성분에 해당하는 원료들이 용기에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2초에 한 병이 팔린다고 입소문난 H사의 로션 역시 피부에 자극적인 성분들이 들어 있어 화장품 블로거들이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부산시 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 임모(32) 씨에 따르면, 최근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성분을 확인하고 구매한다고 한다. 임 씨는 “가끔 성분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어 직원들도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느라 애쓴다”며 “요즘 소비자들이 화장품 성분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꼼꼼한 성분 파악에 대비해 최근 화장품 매장 관리자들은 성분을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 김혜원(27) 씨는 매 달 화장품의 기능과 성분을 공부한다. 본사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 비해 고객들의 화장품 성분 관심도가 상당하다”며 “직원들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응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화장품 업체는 일부 블로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잘못됐거나 헛소문이라고 역공세를 펴기도 한다. C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몇 가지 정보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는 잘못된 것이 많다. 유해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지만, 인체에 아무 이상 없도록 극소량만 함유되어 있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며 “무조건 인터넷 정보만 믿는다면 살 수 있는 화장품은 아마 극소수일 것”이라고 소비자들에게 충고했다.
화장품 회사들이 화장품 성분에 대한 우려를 마케팅 전략으로 감소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화장품 블로거 장유진 씨는 “유해 성분이 화장품에 극소량 들어있더라도 피부에 쌓이다보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샴푸의 합성 계면 활성제(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하는 원료)가 오히려 탈모의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부가 민감한 유아나 임산부들은 유해 성분이 해롭지 않을 정도로 극소량이 들어 있다고 해도 반복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나치게 업체의 말을 믿는 것은 피부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금정구의 한 피부과 병원 박모 원장은 “되도록 성분이 적은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성분 가짓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추출물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사용된 물질이 많다보면, 제조과정에서 방부제나 보존처리에 필요한 물질이 또 가미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