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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에 반성론 제기, "이참에 댓글창 없애자"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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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에 반성론 제기, "이참에 댓글창 없애자" 주장도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22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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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안은 물론 연예인 댓글조작도 극성...실명제 부활· 공감순 정렬 방식 변화 등 대안 제시 / 정인혜 기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댓글’이 또 다시 정치적·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익명성에 기대 근거 없는 낭설을 유포하는가 하면,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비호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 댓글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부각되면서 일각에선 ‘댓글창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김모 씨의 댓글 조작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김 씨는 ‘매크로’를 이용해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댓글창을 조작했다. 매크로는 특정 동작을 빠르게 반복 수행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를 통해 특정 댓글의 추천 수를 급상승시켰다.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댓글창 리스트 상단에 노출된다.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을 ‘여론’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되도록 조작한 것이다.

이 밖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가 만든 ‘사이버전사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달빛기사단’이라 부르는 지지자 모임이 있다. 이들은 지지자에 호의적이지 않은 내용의 기사나 악플을 저격, 다른 회원들에게 ‘화력 지원’을 독려한다. 우두머리 격의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 SNS에 해당 기사 링크를 올리고, “여기 지원 부탁합니다”라고 글을 올리는 식이다. 그러면 다른 지지자들은 이 글을 공유하며 퍼 나른다. 여론전의 대상이 된 기사들은 이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역전되거나 우호적인 댓글이 ‘베스트 댓글’에 등극한다.

비단 정치 영역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댓글이나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단적인 예는 아이돌 가수들의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명세가 높은 그룹이 컴백 소식을 알리면, 포털사이트 연예뉴스 순위권내 기사는 모두 해당 소식이 점령한다. 기사 댓글창은 ‘선플’ 일색이다. 해당 그룹이 일반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 이들 팬클럽이 ‘작업’하는 경우가 다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비우호적인 논조의 기사가 올라오면 화력은 더욱 거세진다. 박사모나 달빛기사단과 같이 자신의 개인 SNS에 해당 기사 주소를 링크, 다른 회원들에게 기자를 저격한 악플을 독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지목된 기사 댓글창은 육두문자로 도배된다.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기자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아이돌 팬클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를 자처한 A(31) 씨는 ‘댓글 작업’은 지지자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여론 형성에는 댓글이 정말 중요하다.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기사 링크를 첨부해 도와 달라는 글이 올라온다”며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나쁘게 쓴 기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들 잠도 안자고 그 기사로 몰려가서 악플을 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 진영에서도 그렇게 하는데 안 좋은 댓글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가만히 놔뒀다가 사람들이 상대측 이야기가 일반적인 여론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느냐”고 덧붙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문제가 사회 문제로 지목받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도 다수다. 직장인 한수연(29, 부산시 중구) 씨는 “요즘 댓글창은 극성 지지자들끼리 서로 사이버전으로 밀어 올리는 댓글밖에 없는 것 같아서 댓글창을 아예 안 본다”며 “댓글을 아예 없애든지, 아니면 여론 조작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을 댓글을 통해 응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활동하더라도, 여론 조작으로 얻는 직접적인 이익이 없다면 이를 처벌할 규정은 사실상 없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의 일부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이같은 처벌 조항을 삭제했다. 삭제된 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드루킹 김 씨가 조사 대상이 되는 이유는 매크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통신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난 19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이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실명제 도입 찬성 응답률은 65.5%, 반대 응답률은 23.2%로 조사됐다. 

실명제에 찬성한다는 직장인 정모(51) 씨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공감 비공감 항목도 없애고, 댓글은 무조건 실명제로 운영해야 한다”며 “댓글 조작이 곧 여론 조작인데 그동안 다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참에 댓글 정책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댓글을 없애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 환경이 달라졌고 소통에도 문제가 없으니 댓글 폐지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예전과는 달리 이젠 댓글을 없앤다고 해도 발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람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하다”고 댓글 폐지론을 주장했다.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댓글이 추천 수 순으로 상위에 노출된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개인 입장문을 내고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거대 포털의 댓글시스템에서 추천제를 없애지 않으면 여론 조작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바꿔 여론조작을 불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안 후보의 댓글 폐지론에도 힘을 보탰다. 우선은 추천수대로 정렬되는 방식을 바꾸고, 추후 댓글창을 없애야한다는 의견이다. 실명제 도입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포털과 언론의 기능을 분리하고, 댓글시스템 폐쇄도 고려해야 한다”며 “모든 사이트에 전면적인 실명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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