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 최근 영화계에 뉴웨이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지아 여성감독들과 함께하는 BIFF 특별기획 프로그램 ‘여인천하: 조지아 여성 감독의 힘’이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담에서는 조지아 영화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5명이 들려주는 영화와 역사, 그리고 여성과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대담 전 B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올해 특별전 제목이 ‘여인천하’지 않느냐? 한국도 그렇다. 집에서도 뼈저리게 느낀다”는 위트로 말문을 열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조지아가 4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임에도 훌륭한 영화와 여성 감독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조지아 여성감독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대담에 참여한 조지아 여성 감독들은 라나 고고베리제 감독, 나나 자넬리제 감독, 살로메 알렉시 감독, 티나틴 구르치아니 감독, 나나 에크브티미슈빌리 감독이다.
이 중 고고베리제 감독과 알렉시 감독은 모녀지간으로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더욱 특별한 것은 고고베리제의 어머니인 누차 고고베리제가 조지아 최초의 여성 감독이어서 이들은 삼대가 여성 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자넬리제 감독은 조지아 국립영화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에크브티미슈빌리 감독은 영화 <인 블룸>으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구르치아니 감독은 2013년 제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대담은 관객과 감독의 질문, 답변 형식이 아닌 감독들과 프로그래머가 나누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조지아에서 여성 감독들이 특출나게 된 환경과 계기를 물었다.
자넬리제 감독은 모성애가 조지아 여성 감독의 힘이라고 말했다. 조지아는 지난 20여 년간 세 번의 전쟁과 이에 따라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큰 변혁을 겪어 영화계 또한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것이다. 자넬리제 감독도 이런 환경들이 조지아 남성들의 인간성과 존엄성에 상처를 입혔고 그래서 여성들이 아이들의 삶을 책임져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조지아 여성들은 아이의 생명을 위해 모성애를 강인하게 가졌다는 것이다. 자넬리제 감독은 "‘나의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조지아 여성들의 강한 모성애가 영화에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구르치아니 감독도 최근의 조지아 여성 감독 성공 이유로 시대적 역경을 꼽았다. 그녀는 조지아가 힘든 시기를 겪으며 강인함을 갖게 되었고 그 강인함이 영화에서 예술적 아이디어로 표현됐다는 것이다. 구르치아니 감독은 "'우리는 파이터다! 우리도 싸울 수 있다'는 강인함을 영화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조지아 영화가 다른 유럽 국가나, 아시아 영화와의 차별점이 무었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신진 감독에 해당하는 에크브티미슈빌리 감독은 영화라는 스토리텔링은 감독의 경험과 뿌리로부터 기인하는데, 조지아의 문화와 역사가 다른 국가와 다르기 때문에, 조지아 영화도 특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각 나라마다 사람, 문화가 다 다르다. 그래서 그 다른 문화와 역사로 자신의 스토리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담에 특별참석한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2012년 다른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조지아 영화를 보고 조지아의 감독들이 대단한 힘을 가진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 이유로 이번 BIFF 조지아 여성감독 영화전 프로그램 기획에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가 중심인 세상에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조지아에서 활동하는 많은 뉴웨이브 여성 감독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조지아 특별전을 기획해 조지아 영화 12편을 상영하고 있는데, 12편 모두 여성 감독이 제작한 작품들이다. 이 특별전은 이들 12편의 영화를 통해 조지아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와 모순, 그리고 차별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