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감시단,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해외 출장중 국내서 카드 사용 / 조윤화 기자
기초의원들의 업무추진비가 사적 용도로 지출되는 악습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30일 정보공개센터의 회원조직 알권리감시단이 서울 지역 25개 구 기초의회의 최근 4년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2014년 7월 ~ 2018년 2월)을 분석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지역 특산품을 사거나 의원은 해외 출장 중인데 정작 업무추진비 카드는 국내에 위치한 식당에서 긁히는 등 규칙 위반 사례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제2조 1호에는 지방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알권리 감시단의 조사 결과, 상당수 의회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무 수행과 전혀 연관도 없는 지역특산품이나 등산복 구입도 포함됐다. 알권리 감시단의 모니터링 결과, 서울 관악구의회는 4년간 전국의 각 특산품 점에서 14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썼다. 2016년 4월 경주를 찾은 서울 관악구 의장단은 경주의 아울렛과 수산물 가공·제조 업체에서 총 286만 8000원을 사용했다. 또, 작년 3월에는 제주 서귀옥돔마트에서 255만 5000원, 11월에는 강릉 주문진항 근처 건어물집에서 총 324만 5000원을 업무 추진비로 사용했다.
이 밖에 관악구 의회는 등산복 전문점에서 3년간 총 716만 2800원을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했다. 알권리 감시단은 “관악구 의회가 지역 특산물과 등산복이 어떤 직무수행에 활용이 됐는지 업무추진비 집행목적이나 집행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업무추진비는 각 의장단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위한 예산이다. 그러나 기초의회 의장단이 해외 출장을 떠난 기간에도 국내에서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경우도 발견됐다. 의원의 몸은 해외에 있었지만 정작 업무추진비 카드는 국내에서 긁힌 것이다.
서울 강남구 상반기 의장인 김명옥 의원의 경우 해외 출장으로 인해 미국에 머물고 있을 당시 강원도 속초의 횟집에서 53만 3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서대문구 하반기 의장을 역임한 김호진 의원 또한 2017년 이탈리아 연수 기간 동안 한국 식당에서 업무 추진비로 사용한 금액만 총 119만 원여에 달한다. 이에 대해 알권리 감시단은 “의장단이 해외에 있는 기간 동안 국내에서 집행된 업무추진비는 정당한 집행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 외에도 지방선거가 시작되는 연말 연초에 업무추진비를 성금으로 몰아서 사용하거나 구의회 의원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 혹은 가족이 운영하는 집행처에서 업무 추진비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등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알권리 감시단은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천태만상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업무추진비 사용규정이 모호하고, 그 집행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시단은 개선책으로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중 집행처 상호, 업종, 주소, 집행 대상인원과 집행사용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 공개하고, ▲업무추진비의 항목별 사용 장소와 금액 등의 구체적 규제, ▲ 부당집행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 환수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