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치니 억하고 넘어져?' 뿔난 시민의 후보 밀치기...정치 테러인가, 헐리우드 액션인가?
취재기자 신예진
승인 2018.06.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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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식 이동 중 넘어진 권영진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정치 테러" 주장 / 신예진 기자
6.13 지방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거리유세 때 후보들의 안전과 관련한 시비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 인파가 몰리는 거리유세 때 후보가 다칠 경우 '정치 테러'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후보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낮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에서 장애인 단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뒤로 넘어졌다. 권 후보는 병원으로 이송돼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예정된 오후 일정은 당연히 취소됐다.
이 사고를 두고 권 후보 측과 장애인 단체 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권 후보 측은 장애인 단체 회원 중 한 여성이 권 후보를 강하게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장애인 단체가 권 후보 측에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권 후보 측은 이번 사고를 배후가 있는 ‘테러’라고 주장했다. 권 후보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후보자를 폭행하는 것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애인 단체인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장차연)‘의 설명은 권 후보측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권 후보의 출정식에 참여한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들은 지난 3월부터 권 후보 측에 장애인 지원과 관련한 협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권 후보 측은 이날 오전 협약을 취소했다. 이에 장애인 부모들은 권 후보 출정식에 찾아가 호소했지만, 권 후보는 이를 무시하고 이동했다고 한다.
장차연은 "장애인 부모 한 분이 외면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의 앞을 막고 한 팔로 배 쪽을 막고 서는 순간 권 후보가 뒤로 넘어졌다"며 "중년의 여성 한 명이 권영진 후보 앞에 서서 한 팔로 막아서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건장한 남성인 권 후보가 넘어졌는데, 이를 폭행 또는 테러로 규정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온라인상에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복수의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동하던 권 후보에게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빠르게 접근한다. 여성의 키는 권 후보의 턱 정도에 미친다. 여성은 팔로 권 후보의 허리를 치고, 권 후보는 눈을 감고 목석처럼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권 후보 측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명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것. 네티즌 A 씨는 “영상을 봤는데 접촉이 있었고,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넘어지는 모습이 어색해 연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되면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수행원을 잔뜩 거느리고 부축받으며 다닐 것만 같다”고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물론 밀었던 여성의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장애인 단체 요구사항을 막판에 파기한 권 후보를 응원하고 싶지는 않지만, 갑자기 튀어나와서 앞을 막아서는 행동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는 “3주가 지나 완쾌되면 선거는 이미 끝난 후”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같은 당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5일 곤욕을 치렀다.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 법안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단식을 강행했다. 이날 화장실을 가기 위해 국회 앞 계단을 오르던 중 30대 남성에게 턱부위를 가격당했다. 가해자는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을 하다가 주먹을 휘둘렀다. 자리에서 쓰러진 김 원내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김 원내대표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은 기자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지지율이 떨어진 한국당이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 것. 직장인 최모(32) 씨는 “폭력은 정당화될 순 없지만 사소한 주먹질을 테러로 규정하고 배후를 찾는다고 난리를 치니 오히려 거부감이 들더라”고 혀를 찼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이날 목에 깁스하고 등장하자 비판의 강도는 높아졌다. 엇나가는 주먹 한 대로 목 전체 깁스는 과하다는 것. 한 네티즌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이겨낼 힘이 약하신가 보다”며 “저 정도 주먹은 어릴 때 다투다가 몇 번 맞아 봤는데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 홍보본부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한성숙 대표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의 폭행 피해와 관련해 악성, 조롱 댓글들이 넘쳤는데도 네이버가 이를 방치했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