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 ‘1시간 의무휴식 보장’ 앞두고 대혼란...한어총,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취재기자 조윤화
승인 2018.06.1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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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1시간 휴식시간 보장제도 내달부터 시행...어린이집 관계자 ”무턱대고 시행하면 범법자 양산“ / 조윤화 기자
내달 7월 1일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의무적으로 8시간 근무시간 중 1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육을 포함한 사회복지사업이 휴식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데 따른 조치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쉴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건 환영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보육교사 인원 부족, 과중한 업무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시행했다가는 어린이집 운영자를 범법자로 만들기 십상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점심시간 무급노동 논란 등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 및 휴식시간 확보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 불거져 왔다. 통상 일반 직장인의 경우, 8시간 근무 중 점심시간 1시간을 휴식시간으로 간주한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점심시간도 아이들의 식사지도를 하느라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낮잠 시간 역시 아이들의 일일 보육·관찰일지를 쓰느라 근무시간 중 실제 휴식시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돌봄 사각지대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은 보육교사들의 휴식시간 포기로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2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1시간 의무 휴식 보장’ 제도는 어린이집 원장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선 보조교사 인력 충원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은 5월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8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상정에 따른 종합 정책 질의시간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보조교사도 휴식시간을 쓸 수 있게 됐는데, 실제 보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어 휴식시간 사용이 그림의 떡”이라며 “보육교사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보조교사 1만 6000명 충원을 위해 268억 원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보육교사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 전에도 이미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며 “추경에서 의원님들 간에 논의가 되어 예산에 반영하기로 하면 정부는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보조교사 충원에 대한 정부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자, 어린이집 총 연합회는 ‘모든 어린이집에 정규직 비담임 교사 1명 배치’를 큰 목표로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는 지난 5월 23일 ‘보육교사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민해 주십시오’를 제목으로 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1시간 의무 휴식 보장 사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 대체인력 투입, 특별활동시간 활용, 통합반 운영 등을 시도하고 노력했지만, 돌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여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됨은 물론, 책임소재 논란 및 휴식시간 후 업무가 가중되는 등 오히려 불편한 점이 늘어났다”며 “7월 1일 시행일은 다가오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가 많이 미흡해, 잘못하다간 4만여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범법자로 몰릴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어총은 보육 교직원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모든 어린이집에 정규직 비담임 교사 배치, ▲문서관리 및 기록업무 대폭 줄이기, ▲정부 대책 마련이 불충분할 경우 어린이집에 대한 휴식시간 의무 적용 특례 제외 유예 등의 대책 마련을 국회에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일주일도 안 돼 5만 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해 현재까지(12일) 7만 7000여 명이 동참했다.
이 밖에도 한어총은 보육교사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7개 시·도 연합회 릴레이 기자회견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서울특별시어린이집 연합회가 한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는 한어총의 요구에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어총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한어총의 비담임 보육교사 배치 요구에 "중장기적 보육시스템 개편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며 "보조교사 배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휴식시간 의무 적용 특례제외를 유예하라는 요구에도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논의 초기 근로기준법 주무 부처인 노동부에 요청했지만, 법 개정 사항이라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며 "특례제외를 유예하더라도 1시간 조기 퇴근은 불법"이라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행복한 영유아를 위해, 이제는 교사의 행복을 돌아볼 때’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기서 지난 2016년 기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1543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매일 약 9.5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근무하는 기관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하루 평균 8.8시간이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더 길었으며, 이는 점심 및 휴식시간이 불포함 된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는 교육의 집중도를 저하해 보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