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야근수당 비중 높아 급여 삭감 불가피..."감소분 보조·사회보험료 감면 등 추가조치 시급" / 조윤화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 공약인 ‘주 52시간 단축 근무’의 본격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부분 시급제 근로자인 생산직 종사자들은 줄어들 월급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오는 7월부터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기업체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 미만으로 단축해야 한다. 50인 이상 기업에선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며, 그 이하 규모의 사업장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상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노동 정책에 힘써온 문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통해 근로자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당일 “2013년부터 이미 여야를 떠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면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재인정부 역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에게 휴식시간을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생산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오히려 52시간 단축 근로에 반발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에는 잔업과 야근에 따른 시간 외 추가 수당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김모(42, 부산시 동구) 씨는 요즘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의 월급이 오는 7월부터 80만 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외벌이 하는 남편의 월급으로 6세 아들까지 포함한 세 식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 씨는 앞으로 셍계가 걱정이다. 김 씨는 “매달 고정 지출비만 최소 200만 원이 나오는데 줄어든 월급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동안 할 만한 부업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조모(35, 경남 밀양시) 씨는 단축 근무 시행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씨는 “공장 생산직은 기본급이 적어서 잔업과 야근에서 나오는 특별근무 수당으로 버텨 왔다”며 “저녁 있는 삶, 워라벨 다 듣기엔 좋은 소리이지만 돈을 못 벌면 무슨 소용이겠냐”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단축 근무 시행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까지 번졌다. 본인이나 가족이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히며 단축 근무 시행을 철폐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원은 현재 70개 가까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시급이 올라서 기업에서 상여금도 안 주려고 하는 마당에 단축 근무까지 시행되면 생산직들은 바로 소득에 직격탄을 맞는다”며 “저녁 있는 삶은커녕 투잡 뛰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대기업이야 워낙 시급도 높고 노조도 있어 급여를 보장해 준다지만 나와 같은 공장 근로자는 야간·주말 특근을 해야 아이들 학비, 학원비, 식비를 낼 수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는 진짜 철폐해야 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주 52시간 근로 정책으로 제조업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통계로도 증명이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는 40만 9000명이다. 이들은 현재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 4000원을 벌고 있다. 향후 52시간 단축 근무 시행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야근·특근은 9.4시간으로 대폭 감소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월 평균 수입의 변화는 296만 3000원에서 257만 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제1차 노동인력특별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임금 손실이 발생하는 근로자에게는 "임금감소분의 7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건강보험, 국민 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