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라도 출생시점따라 발달 정도 다르다며 합 반 반대..."법 규정 무시하는 건 이기적" 주장도 / 정인혜 기자
영유아 어린이집에서 반 편성 기준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1월, 2월생 등 생일이 빠른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들이 개월 수에 차이가 나는 아이들과의 합반을 마땅찮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 이들 학부모는 출생 시차에 따라 발달 상황에 차이가 크다며 발달이 느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 자기네 아이의 발달도 그만큼 더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는 출생일을 기준으로 동년도 출생아를 같은 반에 편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동년 1월 1일생부터 12월 31일생 아이까지 같은 반에 편성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1월생 3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주부 진모(35,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어린이집 반 편성에 불만이 많다. 아이가 12월생 아이와 같은 반에 편성됐기 때문.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반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구실은 없지만, 진 씨는 어쩐지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그는 “우리 아이는 말도 잘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는데 같은 반 친구 대부분은 아직 ‘엄마’ 소리밖에 못 하더라”며 “괜히 어린이집에 가서 발달이 더뎌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3월 출생 3세 남아 학부모 김모(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나름의 자구책을 찾았다. 오전 중 2시간만 출석시키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인이 아이를 돌보기로 한 것. 김 씨는 어린이집을 아예 보내지 않으면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돼 최소한의 시간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는 “반 편성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반을 바꾸기도 힘든 상황이라 나름대로 만든 해결책”이라며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발달 차이가 나는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보다는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유아 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의 이같은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항의에 시달리다 못해 분반 조치를 하는 어린이집도 더러 있다고. 한 반은 동년도 1~6월생, 또 다른 반은 7~12월생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부산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반 편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반을 쪼개서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2~4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런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늦은 생월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기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법에 따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같은 반에 편성하고 있는데도 지나치게 까탈을 부린다는 것. 11월생 4세 남아의 학부모인 정모(33, 부산시 남구) 씨는 “아이가 세 살일 때 보냈던 어린이집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학부모와 싸운 적이 있다. 늦게 태어나면 다 모자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기 자식은 언제까지나 빠를 것 같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으로 반을 개월 수 따라 나누는 게 맞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5세 이하의 영유아에서는 출생 시점에 따라 언어와 신체에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 부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안전상의 문제로 반을 개월 수로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어 다니는 24개월 아이와 뛰어다니는 35개월 아이를 한 선생님이 돌보기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
그는 과거 해당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사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뛰어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11월생의 걸음마 느린 아이가 넘어져 밟히는 사고가 났다는 것. 그때는 다친 아이의 학부모가 분반을 강하게 요구해 개월 수로 반을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5세 이하 영유아 반에서는 개월 수로 분반하는 게 문제도 적고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편하다”면서도 “학부모들끼리도 요구가 다 달라 골치가 아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