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속닥속닥>은 SNS 상의 흥미로운 홍보와, 수능을 친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비교적 친숙한 인물들로 설정된 점에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영화 <속닥속닥>은 수능을 끝낸 고등학생 3학년들이 우연히 발견한 놀이공원에서 귀신을 마주하게 되고 귀신이 가득한 놀이공원을 탈출하는 내용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주인공 은하(소주연)와 미주(고나은)가 왜 그 놀이공원에 가게 됐는지, 둘의 관계 회상 장면을 보고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점이 생겼다. 이렇게 생긴 의문점들은 보통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 자연스레 풀리거나 이야기에 녹아들어있어 관객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들의 의문점이 풀리기도 전에 영화가 끝나버린다. 한마디로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했다.
현실성 없는 주인공의 태도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을 갖게 했다. 이 영화는 6명의 고등학생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중 한 명인 우성(김영)은 방송인을 꿈꾸며 아프리카 방송을 진행한다. 귀신을 마주했을 때 우성은 친구라면 하지 못할, 아니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을 한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행동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도했다. 이러한 무리한 설정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개운하지 못한 결말로 마무리 된다. 요즘 흔히 말하는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결말이었다.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가 “마지막에 주인공이 왜 그랬을까? 영화는 영화다”라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 역시도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 주인공 은하의 선택으로 영화가 끝을 맺지만 현실성 없는 결말은 관객들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수능을 끝낸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주인공들은 10대, 20대의 관심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스릴러물은 즐겁기 만한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에서 반전을 이끌어내는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시도까지만 좋았다. 그 시도에 대응하지 못하는 스토리가 실망을 안겨줬다.
영화 <속닥속닥>은 ‘맞추지 못한 퍼즐’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여러 실마리를 던지기는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던져놓은 실마리들을 풀어내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라는 가능성도 생각해 봤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기보다는 답답함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점은 관객들에게 실망스러움을 안겨줬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에게 의문점을 품게 한 <속닥속닥>은 맞추지 못한 퍼즐, 맞추지 못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퍼즐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