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는 향기와 살아 있는 색감 때문에 비싸지만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생화라 해도 며칠이 지니면 시들고 말라버려 쓰레기통으로 가서 운명을 다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화를 건조해서 실내 장식이나 선물용으로 재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드라이 플라워(dry flower)다. 드라이 플라워 기술을 배우는 DIY족도 늘고 있다.
드라이 플라워란 꽃이 피어있는 상태 그대로를 건조해 보존하는 것으로 건조화 또는 영구화라 불린다. 꽃뿐만 아니라 들풀이나 과실도 건조가 가능하다. 꽃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건조된 꽃이 갖는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 장점이 되어 드라이 플라워 인기가 높다.
드라이 플라워를 만드는 방법은 이름 그대로 생화를 자연 상태에서 건조하면 된다. 꽃을 손질하여 4∼5개씩 작은 다발로 묶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거꾸로 매달아 말린다. 마르기 시작하면 줄기가 가늘어져, 묶은 매듭이 헐거워 빠지기 쉬우므로, 가끔 다시 매듭을 매어주면서 2∼3주일 말리면 완성된다. 단, 자연건조 시, 햇빛이 닿으면 색이 바래지므로,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 플라워를 만들기에 적합한 꽃은 건조했을 때도 색감이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꽃들이다. 대학가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안희경(40,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에 따르면, 드라이 플라워에 주로 쓰이는 꽃으로는 안개꽃, 장미, 스타치스, 로단테 등이 있고, 가격대는 한 단에 1만 원부터 2만 5000원으로 다양하다.
차 마시는 카페이면서, 그 안에서 꽃도 팔고, 드라이 플라워 장식도 있는 드라이 플라워 카페 ‘207blossom’을 운영하는 김신애(30, 부산 진구 전포동) 씨는 가게를 운영한 지 1년이 넘었다. 최근 김 씨는 드라이 플라워 카페를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했더니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늘어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녀는 “주로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페이스북에서 보고 찾아오는 20~30대 여성들”이라며 “최근에는 여자 친구 선물을 위해서 찾아오는 남성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카페에서는 드라이 플라워 배움 교실도 열리고 있다. 한 번 참석하는 데에 3만 5,000원이며, 4명의 소수정예로 수강생이 제한된다. 수강생들은 꽃을 직접 손질하고 정확한 건조법을 배워 드라이 플라워를 이용한 수제품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녀는 “드라이플라워는 주로 장식용으로 쓰이고 요즘에는 선물용으로 만드는 엽서나 향초를 꾸밀 때에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제 인테리어 제품이나 향초 등을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족에게도 드라이 플라워는 새로운 소재로 환영 받고 있다. 드라이 플라워 클래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류현주(34,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원하는 꽃을 건조시켜 다양하게 장식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 플라워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 김선미(30, 인천시) 씨는 드라이 플라워는 꽃을 오래도록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취미가 된다고 추천한다. 김 씨는 “요즘은 큰 다발보다도 소소하게 작은 미니 다발의 드라이 플라워가 인기가 많다”며 “그만큼 우리 삶에서 꽃이 주는 행복과 여유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