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남구 문현 1동 빌라촌 골목길에는 8년 넘게 방치된 빈집이 있다. 문현1동 주민들이 다니는 골목길 옆에 방치된 이 빈집은 무려 세 채가 붙어있어 꽤 큰 공간을 차지한다. 빈집 옆엔 동네를 올라가려면 꼭 지나야하는 계단이 있다. 동네를 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이 빈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방치돼 쓰레기가 가득하고 고양이들 서식지가 된 이 빈집에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기자가 확인한 현장은 황폐했다.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아 빈집 주변엔 잡초가 바닥 곳곳에 올라와 있었고, 가전제품과 생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동네 길고양이 똥도 여기저기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여전했다. 쓰레기는 여전히 치워지지 않은 채 쌓여 있었고, 잡초도 그대로였다. 이날은 이곳에서 놀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도 눈에 띄었다.
방치된 빈집 3채는 문현1동 경로당과 인접해 있다. 빈집에서 약 800m 내에 동네 슈퍼, 빌라, 어린이집이 자리하고 있다. 문현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82)는 밤에 이곳을 지나다니면 무섭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폐가 같은 이 집들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밤에 혼자 다니기를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빈집에서 약 500m 내의 빌라에 거주하는 임모(49) 씨 딸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뒤 이곳을 지나야 집에 올 수 있다. 임 씨는 “경찰차가 야간 순찰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긴 했지만 불안하다”며 "좀 더 밝은 불빛의 가로등을 설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동네에 폐가가 있다고 해서 구청이 마음대로 손대지 못한다. 그 땅의 소유자가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주인 동의 없이는 폐가라도 철거할 수 없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범죄 피해나 위험이 있다고 주인이 구청에 관리를 요청하면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을 만나 수소문했지만, 언제부터 빈집에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 왜 여태 방치되어 있는지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문현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건물 소유자만 조회 가능하다고 했다. 관계자는 “집 소유자가 직접 폐가 철거사업 신청을 해야 철거 작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물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구청과 주민센터는 무작정 수십 년이 넘어도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남구청 관계자는 “개인 소유자의 동의가 중요하다. 구청에서 임의로 손을 댈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결국 당장은 빈집을 철거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현1동 주민센터 관계자도 건축 부서에서 하는 폐가철거사업이 있긴 하지만 소유주가 철거 신청을 해야 진행된다며 집 소유주 동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현동 외에도 부산시는 나날이 증가하는 도심 속 빈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이 증가함에 따라 지역경제, 주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에 최근 빈집문제 해결 위한 ‘빈집탐사반 해커톤’ 행사가 개최됐다. 해커톤(Hackathon)이란ᅠ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사다. '빈집탐사반 해커톤'은 부산 영도구 봉산마을(봉래2동)이 주축이 돼 증가하는 빈집문제를 집주인과 행정당국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시민 참여 주도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빈집을 지역의 가치 있는 자산으로 변화시켜나가기 위해 지난 8월부터 활동 중이다.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활동하는 신병윤 씨는 부산 원도심 내 증가하는 폐공가와 나대지를 사용가능한 상태로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신 씨는 “도심속 빈집을 활용하기를 원하는 공간 수요자와 빈집을 연결시켜주는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빈집탐사반 해커톤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