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진희(22, 강원도 원주시) 씨는 서울의 홍대거리의 한 술집에서 밖으로 나오다 코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 흡연자들이 가게 앞에서 줄을 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흡연자들이 가게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워 지나다닐 때마다 불쾌하다”며 “구석진 곳도 많은데 굳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4월부터 실내흡연이 전면금지 됨에 따라 식당이나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출입문을 통과하는 손님들은 간접흡연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설 관리자가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간접 흡연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외에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며 옥상이거나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이나 술집에서 흡연자들을 위해 가게 바로 앞에 재떨이를 설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성대 앞의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7) 씨는 “대학가의 식당과 술집은 대부분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가게로부터 10m가 떨어진 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워낙 많아 가게 앞에 재떨이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담배를 피울 장소가 없어 비흡연자들의 눈총을 피해 다니는 흡연자들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흡연자인 변모(25) 씨는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흡연이 범죄도 아닌데 일방적인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규제와 처벌이 강화된 만큼 흡연자들을 위한 시설도 늘어나야 형평성에 맞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넓은 금연구역에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의 불만은 적은 편이다. 도로 곳곳에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다녀온 한 네티즌은 “일본의 대도시 중심가는 거의 금연구역"이라며 “길을 걷다보면 흡연구역으로 정해진 곳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식당이나 기차역 탑승구역 안에도 흡연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다”며 “흡연자들을 위한 편의제공이 우리나라보다 잘 돼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세브란스 병원의 건강칼럼에선 담배 연기 속에 “일산화탄소, 니코틴 이외에 수천 가지의 화학 물질과 수십 종류의 발암물질이 들어있어 각종 질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간접흡연은 담배 필터를 거치지 않고 담배 끝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주로 직접 마시게 되므로 화학 물질과 발암 물질의 농도가 매우 높다”며 “흡연자들이 흡연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의 피해 없이 건강한 환경에서 있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또한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