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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①]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역, 고산병엔 코카 차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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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①]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역, 고산병엔 코카 차가 제격
  • 취재기자 이주현
  • 승인 2018.12.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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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행 비행기에서 보이는 백년설의 안데스는 압권...쿠스코의 잠못드는 밤은 고산병 때문 / 이주현 기자

내가 페루에서 거주하던 리마의 집을 ‘우리 집’이라 부르고, 내가 다녔던 페루 UPC 대학교을 ‘우리 학교’라고 부를 무렵, 나는 교환학생 친구들과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해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언젠가 교과서에서 봤던 세계문화유산인 마추픽추는 공중도시, 태양의 도시, 잃어버린 도시 등 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 마추픽추가 가진 비밀의 시간을 암시하는 듯한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라는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럼 지금부터 ‘마추픽추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난 나의 여행'을 소개하려 한다.

마추픽추 여행을 계획하면서 페루 친구들이 하나같이 걱정해준 것이 있었다. 바로 ‘고산병’이다. 고산병은 일정한 적응기간 없이 고산지대에 갔을 때 산소가 부족하여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코 지역은 안데스산맥 해발 3399m 지점의 분지다. 마추픽추 여행에 마냥 설레기만 했던 우리는 친구들의 조언 덕분에 고산병 약인 ‘소로치필’과 산길이 험해 필요하다는 ‘멀미약’을 보물처럼 챙겨 페루 현지 시간으로 2017년 6월 23일 쿠스코로 향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방법은 버스와 비행기가 있다. 페루는 버스도 종류가 많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와 교환학생 친구들은 비행기를 선택했다.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 ‘스타페루’는 페루의 저비용항공사로 리마-쿠스코 편도 가격이 약 9만 원 정도다. 사실 페루의 항공사를 잘 모르고 예약했기 때문에 처음 비행기를 보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과 달리 편안한 비행이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남미 비행기는 지연과 연착이 많은 것으로 악명 높아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우리 비행기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제시간에 출발했다. 나는 기내에서 안데스산맥을 잊지 말고 보라는 친구의 말을 기억했다. 안데스산맥은 남아메리카 서쪽에 위치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맥으로 그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 창 밖 아래에는 해발 6000m의 고봉이 이어지는 숨 막히는 안데스산맥과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만년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전날 여행 준비로 많이 피곤했지만, 비행 내내 창 밖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쿠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아래, 구름에 닿을 듯 높고 험준한 안데스산맥과 뽀얀 만년설이 눈에 띈다. 피곤하여 탑승하자마자 자려 했던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 줄기에 시선을 쫓아가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한 시간 반 정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쿠스코는 공항 입구부터 택시기사들이 우리를 서로태우려고 혼을 쏙 빼놓았다. 어느 공항과 마찬가지로 쿠스코 공항 역시 여행객을 노리는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로 난리법석이었다. 그동안 페루 생활을 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사기에 가까운 호객행위를 많이 당한 덕분(?)인지 우리는 노련하게 흥정해서 저렴한 가격의 택시를 잡아 미리 예약해두었던 쿠스코 한인 숙소로 이동했다. 쿠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산병 약인 ‘소로치필’을 가방에서 꺼내 복용했던 우리는 지레 겁을 먹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그저 우리가 있었던 리마보다 기온이 낮아 서늘했기 때문에 옷을 꺼내 입어야 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쿠스코 공항 입구를 나서는 나의 시선. 어느 공항처럼 가족이나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로 쿠스코 공항 입구가 붐빈다. 우리가 택시를 잡으면서 한 여행객이 1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봤다. 페루에서 택시를 이용하려면 우버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이동거리의 기본요금을 확인하고 흥정하여 택시를 타는 것이 현명하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하지만 우리는 쿠스코의 고통스러운 긴긴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따뜻한 물에 샤워하며 처음 맞은 고산지대 추위를 녹였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을 위해 제각각 짐 정리를 하고 일찍이 자리에 누워 불을 껐다. 하지만 나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상하게 토할 것처럼 속이 매스꺼웠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입술과 코 속은 어찌나 건조한지 따가웠고 쩍쩍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이유 모를 증상에 시달리며 몇 번을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내 옆 침대에서 평온하게 자고 있던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괜히 깨우고 싶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충혈된 눈으로 친구들에게 그날 밤 증상을 말했더니 친구들도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자기도 그랬다며 수척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그날 밤 서로 번갈아가며 일어나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차를 우려낼 수 있는 각종 티백과 코카잎이다. 쿠스코 식당에 가면 테이블 한 켠에 따뜻한 물과 함께 우려먹을 수 있는 티백과 코카잎이 준비되어 있다. 처음에는 코카라고 하여 거부감이 들었는데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녹차와 같은 차였다. 나중에는 고산병이 더 두려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코카 차를 찾아 마시곤 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나와 친구들이 밤새 앓은 증상이 바로 고산병이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우리는 쿠스코에 도착한 첫날밤부터 고산병을 제대로 맛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숙박업소 주인은 그런 우리를 보자마자 단박에 이유를 알아챘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 우리에게 처음 보는 ‘코카잎’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카는 코카인(영어: cocaine)으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하는 알칼로이드 성분의 중독성 있는 마약이다. 하지만 추출하지 않고 잎으로 섭취하는 코카잎은 중독성이 없어 이전부터 남아메리카에서 고산병과 두통 증상에 복용하는 의약품으로 쓰이거나, 혹은 차로 즐겨먹었다. 실제로 그날 아침 내가 마신 코카 차는 녹차와 비슷한 맛이 났고 쿠스코 어디를 가더라도 마주할 수 있는 고산병 약이었다. 우리는 인심 좋은 숙박업소 주인을 만나 든든한 코카 차을 가지고 쿠스코에서 다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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