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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못난이 B급 농산물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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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못난이 B급 농산물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 취재기자 제정은
  • 승인 2019.01.1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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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파머스페이스 서호정 대표..."농부의 심정으로 부가가치 높여 인터넷 판매 / 제정은 기자

최근 맥도날드 광고는 가지런한 햄버거의 모습이 아니라 흐트러진 햄버거의 내용물을 보여주는 광고를 선보였다. 카카오톡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 가지런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이모티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못생김 선호 현상이다. 대충 만들거나, 선으로만 이뤄진 이모티콘이 인기를 끄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예를 들어 ‘대충하는 답장’, ‘띵동의 즐거우나루’ 같은 이모티콘은 못생기고 단순하지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현상은 겉멋에서 벗어나 상품이 가지고 있는 편의성과 기능을 중시하면서 생기게 됐다.

트랜드가 된 못난이 선호 현상은 광고와 SNS에도 다수 등장하지만, 농산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가에서 외형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B급 농산물이 가공식품으로 가공되어 판매되거나 식품업체에 사용되는 것이 그 예다. 여기서 B급 농산물이란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고 겉면에 흠집이 있는 농산물을 말한다. 곧지 않고 휘어진 오이, 껍질이 다른 색을 띤 귤이 이에 해당하는데, 실제 농가에서는 농산물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이 생김새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팔리지 못하거나 시장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파머스페이스의 서호정 대표. 스위스를 방문해 유럽에서 못난이 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직접 조사하고 있다(사진: 파머스페이스 제공).

B급 농산물, 일명 ‘못난이 농산물’을 식품 업체로 납품하고 가공한 농산물을 판매해서 농가수익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 파머스페이스(farmerspace)가 있다. 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는 젊은 사업가는 서호정(37) 씨다.

서 대표는 농사를 짓는 부모를 보면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실제 농가에서는 농산물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이 상품성이 없거나 작다고 푸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서 대표가 B급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이 판매만 돼도 농가의 소득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못난이 농산물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파머스페이스를 운영하기 전인 32세이었던 2012년 ‘열매가 맛있다’는 못난이 농산물 전문 카페를 운영했다. 못난이 농산물 사업화의 첫 아이템이 카페였던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을 착즙한 과일 주스와 생과일로 만든 과일 찹쌀떡, 멜론이 통째로 나오는 빙수 등이 주된 메뉴였다. 특히 멜론 빙수로 한때 주목을 받아 홍대까지 지점을 내기까지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못난이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다른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못난이 농산물을 더 확대해서 사업화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남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게 파머스페이스"라고 말했다.

뭇난이 농산물 카페를 접은 그는 파머스페이스에 전념했다. 파머스페이스는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일과, 못난이 농산물 가공업체와 농가를 연결시켜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쇼핑몰과 블로그의 장점을 결합해 편리하게 나만의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의 파머스페이스 페이지에서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떡, 강정, 과일 건조 칩 등 파머스페이스의 인기 가공식품이 대부분 매진이다(사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파머스페이스 구매 화면 캡처).

못난이 농산물로 가공된 식품을 소비자에게 팔고, 농가의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식품 업체에 연결해 주는 일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쇼핑몰과 블로그의 장점을 결합해 편리하게 나만의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의 파머스페이스 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150개 가공업체와 450개 농가 등 600여 업체가 등록돼있다. 소비자들은 이 페이지에서 다양한 못난이 농산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농산물(사과, 배, 콩, 감자, 버섯 등), 건강식품(도라지 생강 배즙, 호박즙, 양파즙 등), 가공식품(건조 과일칩, 인절미, 수제 강정, 구운란, 동결 건조칩 등) 등이다.

파머스페이스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동안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 거래 농가 모집에 나섰는데, 선뜻 거래에 나서려는 농가가 없었고, 거래하기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취소하는 농가도 있어서, 이미 구매 결정을 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대지 못해 사태를 수습하느라 굉장히 애먹었던 적도 있었다. 서 대표는 “당시엔 힘들었지만, 처음부터 같이 어려움을 헤쳐 오며 쌓은 신뢰는 지금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농산물이 생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농가 현지 사정으로 인한 발송지연, 날씨, 택배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 등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한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서 대표는 힘들었던 경험보다 뿌듯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지 못했던 못난이 농산물이 관심을 받을 때, 그리고 이런 일을 인정받을 때 뿌듯했다. “농민들이 힘들게 한 해 동안 지은 농산물들이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해 그대로 버려질 위기에 있었다. 그들을 모아 가공업체와 연결해 농가와 가공업체 모두를 만족시켰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작년 9월 F2B(Farm to Business) 플랫폼 사업을 추가로 시작했다. F2B 플랫폼이란 농가와 직접 거래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의 어려움을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농산물을 농가에서 직접 얻길 원하는 가공업체가 원하는 품목, 품종, 수량 등을 플랫폼에 입력하면 48시간 이내에 이들과 농가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식품 가공업체는 농가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파머스페이스 서호정 대표(오른쪽)가 농가에서 직접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파머스페이스 제공).

파머스페이스는 네 가지(정보 불균형, 품질관리, 결제 불균형, 비효율적 농업 경영)로 요약되는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2B 플랫폼을 개발했다. 서 대표는 “현재 이 F2B 플랫폼 사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부족한 점이 있지만, 농가와 식품 가공업체에게 모두 도움이 되고, 못난이 농산물이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국내 1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귀신고래는 온갖 따개비를 몸에 붙이고 업고 헤엄친다. 따개비들은 귀신고래 몸을 집으로 삼아 함께 바다를 유영하며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이를 보고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나로 인해 다른 생명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게 회사"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 대포는 이 귀신고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는 “귀신고래 이야기처럼 농가와 식품 업체가 소통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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