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란 기치로 전국적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 사람도서관 ‘위즈돔’ 설립자 한상엽 씨가 부산에 왔다. 부산의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비법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오후 7시, 부산 콘텐츠코리아랩 센텀메인센터 5층 복합공간에서 前학생벤처기업 ‘뭉크’와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그룹 ‘넥스터즈’를 거쳐 현재 국내 최대 사람도서관 ‘위즈돔’를 설립한 한상엽 씨의 특강이 열렸다. 스타트업 기업과 소셜 벤처 등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열린 강연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약한 연결과 사회적 자본, 관계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what이 아닌 why
한 대표는 애플의 마케팅 성공 전략으로 유명한 ‘골든 써클(golden circle)’을 예로 들며, 창업을 시작할 땐 what이 아닌, why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설명했다. 골든 써클이란 미국의 기업 연구가 사이먼 사이넥이 수 십 년간 일하면서 기업들을 지켜본 결과를 정리한 말로 마케팅은 무엇(what), 어떻게(how), 왜(why)라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이넥은 사업에 실패하는 기업은 ‘무엇’과 ‘어떻게’라는 것부터 시작했고, 성공한 기업은 모두 ‘Why’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사이넥의 주장에 따라서 회사를 만들어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에 대한 신념과 동기, 목적을 먼저 설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다니던 시절, 처음 ‘뭉크’라는 회사를 만들었을 때는 스스로 ‘why’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해 발전이 없음을 느꼈다. 그는 “‘단지 내 회사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회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것이 바로 사업을 하기 전 생각해야 하는 왜라는 질문이라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어릴 적부터 이사를 많이 다녀 지방과 수도권 지역을 오고가며 지역 간의 격차와 양극화에 대한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것이 사람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자본과 약한 연결
한 대표가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강조한 두 번째 교훈은 열정을 가진 사람과 좋은 주변인을 많이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그 관계는 ‘약한 연결’이어애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의 신뢰를 뜻하는 사회적 자본에서 중요한 것이 강한 연결보다는 약한 연결이란 것이 한 대표의 의견이었다. 한 대표가 지적한 약한 연결을 가진 사회적 자본이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보다 어쩌다 한 번 연락하거나 조금은 낯선 이들과의 관계가 더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지금 나와 친한 사람들은 비슷한 생활권과 네트워크 속에 살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기 힘들다. 필요한 정보와 기회는 내가 살고 있는 생활권을 벗어나 넓은 곳으로 가야 얻을 수 있다. 낯선 사람과의 약한 연결하나만 있어도 수많은 단계를 단번에 뛰어넘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돈이라는 경제적 자본보다는 인간관계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곧 자본이 되는 것이니, 돈을 버는 것보다 사회적 자본을 먼저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동료를 찾으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라!
한 대표는 “달타냥 삼총사, 미녀 삼총사, 도원결의, 삼고초려. 이것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졌다. 답은 모두 세 명의 친구였다. 한 대표는 창업을 시작하려면 첫 번째 조건으로 우선 ‘팀원 세 명’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1인 창업가의 경우, 자신과 함께할 두 명의 파트너를 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혼자 창업할 경우, 핵심 자원과 역량을 혼자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다. 혼자보다는 팀원 각자의 역량을 모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좋은 동료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 참석자인 한 여대생이 한 대표에게 “좋은 동료를 만나는 방법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좋은 동료를 찾기보다는 스스로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처음엔 같이 일하는 동료를 나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생각하고 일을 쉽게 해결하려고만 했다. 나의 성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구성원의 성장에 관심이 없으니, 이는 곧 실패로 이어졌다. 팀을 만들어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동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은 없애고, 책임감은 가져라
한 대표는 자신이 처음 위즈돔을 만들었을 당시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제안서를 가지고 다니며 동분서주했던 경험을 풀어놓았다. 그는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투자자를 찾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제안서 자체만으로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은 누가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발전한 결과물을 해놓느냐에 달렸다. 처음의 모습이 서툴러도 우선 만들고 내놓아야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몇 번이고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전이나 투자자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끊임없는 경각심과 고민을 잃지 말길 당부했다. 한 대표는 “투자를 받게 되었더라도 우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창업이나 소셜벤처를 시작한 이상 투자와 지원에 대해 늘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내 목표는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대표를 향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역이나 빈부간의 양극화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소설 벤처다. 앞으로는 사회적 기업가들과 소셜 벤처 육성에 더욱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창업 계획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이동하는 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는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있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읽는 편이다. 또, 고민이 생기면 혼자 풀지 않고, 그 분야에서 나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 날 부산 콘텐츠코리아랩을 찾은 부산 시민 박모(41) 씨는 창업을 준비하며 조언을 얻고자 한 대표의 강연에 참석했다. 박 씨는 "한상엽 대표가 가진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앞으로 창업 준비를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정호영(26) 씨도 “평소 위즈돔에 관심이 많아 이번 강연도 참석했는데, 정말 좋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더 열정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