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직전의 ‘조국 사태’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음담’ 논란을 빚었다. 스쳐 지나가는 듯했지만, 기록해 둘만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또다시 드러난 조국의 위선, 더 이상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 보며 자위(自慰)나 하시라.” “국민 앞에서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보겠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동정을 호소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지지자들의 꽃 몇 송이를 떠올리며 함박웃음 짓는 조국이다...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자연인으로 돌아가 지지자들이 보내준 꽃이나 보며 그간의 위선을 위로하시라.” (2019년 8월 31일 논평)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자위(自慰)는 ‘스스로 위로한다’는 뜻의 한자어지만, 수음(手淫)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다...중의적 표현이라지만, 문장의 맥락상 이는 명백히 조 후보자를 조롱하고, 성적 희롱하는 표현이며,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공당의 대변인으로서의 품격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상식선에서 할 말과 못할 말이라도 가릴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길 바란다.”(같은 날 반박 논평)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조국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자위(自慰)라는 일상의 용어마저 금기어로 만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적 상상력에 한숨만 나온다.” “호시탐탐 ‘조국 물타기’에만 혈안이 된 민주당이 ‘선택적 성인지 감수성’을 앞세워 조국의 위선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나섰다...이제는 독해 능력마저 상실한 것 아닌가.”
‘자위(自慰)’의 사전적 뜻은 1.자기 마음을 스스로 위로함 2.손이나 다른 물건으로 자기의 성기를 자극하여 성적(性的) 쾌감을 얻는 행위 등이다.
2번의 경우 우리말에는 자위와 수음 외에 용두질이 있는데, 수음과 용두질은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보면 수음이란 단어가 나온다. ‘나’는 어둡던 청년 시절에 무진의 골방 안에서 불면의 밤과 담배꽁초와 편도선과 6.25전쟁의 상처와 더불어 수음을 한다. 기다리는 우편배달부는 오지 않는다. 요컨대, 수음은 상황이 어둡고 막막할 때 쓰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는 오나니즘(onanism),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이 있다. 둘 다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자위를 옹호했고, 시장에서 자위를 하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았을 텐데, 당시에는 사람들이 놀라거나 피하기만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디오게네스는 자위란 자신과 남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으며, 사람은 성적 본능을 가진 존재로서 쾌락을 추구하고 즐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진대, 어째서 은밀한 곳에서만 자행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디오게네스는 그러면서 정작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자위(2번)가 아니라 공공연한 거짓말, 위선, 폭력, 전쟁 같은 것들이라고 설파했다.
두 당이 이런 의미까지 염두에 두면서 논쟁을 벌였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