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성모의 노래 <가시나무>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로 시작된다. 날카로운 가시나무숲과 같은 마음을 가져 사랑하는 이를 품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의 마음속에도 내가 너무 많다. 환경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감정을 바꿔가며 가면을 쓴다. 가정에선 막내아들로, 학교에선 복학생 선배로 내 마음속의 내가 바뀐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15번째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은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 속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다섯 가지 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다른 감정을 이끄는 역할은 ‘기쁨’이다. 영화에서는 어떤 일을 해낼 때의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이 기쁨에 포함된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기쁨이란 감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슬픔, 분노, 짜증과 같은 감정은 참거나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슬픔’은 기쁨과 대비되는 캐릭터로 나오고 긍정적인 라일리의 성격을 우울하게 한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나쁘기만 한 걸까?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는 기쁨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밝고 긍정적인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도움이 되지 않는 슬픔은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감정 계기판에서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낯선 곳으로 이사 와서 친구가 없는 라일리에게 필요한 감정은 슬픔이다. 감독은 이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긍정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이용해서 기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감정은 조화가 필요하다. 균형을 잃고 한 방향으로 치우친다면 문제 될 수밖에 없다. 기쁨은 작은 원을 그려놓고 슬픔에게 너의 구역은 여기까지니 원 크기만큼만 표현하라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오늘날 우리는 슬픔을 참고 한쪽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 모든 감정은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가 있다. 나는 슬플 때 오히려 슬픈 음악을 찾는다. 슬픔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제공한다. 눈물을 흘리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요구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의 제목처럼 감정은 통제하거나 억누를 수 없다. 나의 내면에 귀 기울여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솔직한 내면을 숨김없이 표현하자. 그것이 곧 행복의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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