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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 교육과 수익창출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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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 교육과 수익창출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1.11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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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학교기업 지원사업 성공사례 수두룩...정부 지원 '인색'에 아쉬움도
▲ 수원여자대학교 식품분석연구센터에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 식품분석연구센터 제공)

경기 화성시 봉당읍 수원여자대학 캠퍼스 해란관 309호. '식품분석연구센터'란 팻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서면, 500여 평의 널찍한 공간에 이름도 생소한 각종 첨단 장비들이 들어서 있다. 원자흡수 분광광도계, 자동켈달 질소분석기, 조섬유 추출장치, 게다가 크기는 아담하지만 최첨단 시설임을 한눈에 알수 있는 유전자 증폭장치... 얼핏보면 여느 대학교 과학 실험실과 유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색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빛이다.

이들중 일부는 이 센터 정식 연구원이지만 일부는 실습 나온 수원여대 보건 식품 관련학과 인턴 학생들. 그럼에도 이들은 여느 대학 학부 학생들처럼 쉬엄쉬엄 학점만 따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각종 장비에서 쏟아지는 결과 수치를 충혈된 눈으로 치열하게 들여다보며 페이퍼로 출력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 대표인 남진식 수원여대 교수는 "우리 센터는 학교기업으로, 대학 캠퍼스 안에 소재하지만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명실상부한 기업이다. 정부 기관, 혹은 일반 식품회사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식품들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있다. 우리들의 검사 결과는 바로 공인 인증이다. 우리 센터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은 물론 인턴 학생들도 자신들이 프로이며, 또 그들이 시험한 결과가 바로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 연결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다"라고 말한다.

수원여대 식품분석 연구센터는 성공적인 학교기업 중 하나다. 2006년 교육부가 주관하는 학교기업 지원사업 제2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어 현재 10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외부의 일반 기업, 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식품 등의 안전성 검사 의뢰를 받아 결과를 산출해주고 그 수수료를 받아 기업을 운영한다. 35명의 직원은 이 센터의 연구원과 실습 나온 인턴 학생로 구성된다. 정식 연구원들 역시 대부분 수원여대 보건 식품 관련 학과 졸업생이다. 10여 년 운영하면서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획득하여 식약청 등 각종 정부기관은 물론 국제 식품안전기구로부터도 공인검사기관 인정서를 받았다. 이 센터의 검사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험의뢰가 쇄도하여 지난해엔 40여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학교기업은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로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수들이 개발한 기술을 산업화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최적의 산학협력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03년 제정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2004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신청서를 제출해 선정된 학교기업은 매년 2억3천여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선정된 학교기업은 대학교 184개, 전문대학 214개, 특성화고 173개 학교 등 총 571곳. 현장실습 학생 18만 7,768명, 매출액 2,045억 원, 고용인원 3,839명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들 학교기업중 일부는 도중하차했으나 자립에 성공해 매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적지않다. 현재 전국에 ▲실업계 고등학교의 제빵업, 미용원, ▲전문학교의 자동차 수리점, 간판제작업, ▲4년제 대학의 동물병원, 조형제 제조업, 방부처리 목재생산업, 자두 와인 생산업 등 185개 학교기업이 있다.

학교기업은 ‘연세우유’나 ‘고대빵’ 등 학교의 자회사와는 다르다. 이들 자회사는 상법상 완전한 기업체이며, 수업과 연계를 가질 필요가 없고, 수익 사업에만 전념하면 된다. 이에 비해 학교기업은 교육과 연계가 되어야 하고, 수익은 교육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학교기업 중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려 학교기업에서 자회사로 독립한 사례도 있다.

학교기업은 해당 학교 학과 졸업생들을 직접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과 취업율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수원여대 식품분석연구센터 남 대표는 “학교기업 육성과 발전을 통해서 학교기업 자체로의 고용창출 효과와 직무역량 강화를 통한 우수 산업체로의 취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기업은 재학생들이 배운바를 직접 실습할 수 있는 현장교육의 한 마당이기도 하다. 학교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생들을 실습에 참여시켜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진짜 기업의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졸업 후 현장에서 먹히는 직무능력을 무기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학교기업들의 모임인 한국학교기업협회 회장 윤옥현 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교기업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며 “학교기업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해서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고 창업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은 학교가 가진 전문성과 차별성을 십분 발휘하여 공신력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전액은 장학금과 기자재 등 교육에 재투자돼, 더욱 우수한 인재를 모이게 하고, 양성할 수 있으며, 사회로 배출할 수 있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학교기업의 운영, 기획, 결산 과정에 학생을 참여시킴으로써 학생의 창업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이 되려는 안일한 구직 자세보다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스타트업 정신을 기를 수 있다는 것도 학교기업의 장점이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지난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단계 지원을 받을 학교기업을 선정했다. 2단계 지원사업에는 대학교 24개, 전문대 23개, 특성화고 13개 등 60개 학교기업이 신규형 , 성장형, 자립형 학교기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신규형 지원 대상은 신생 학교기업의 재정 자립도를 돕기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대학교 14개, 전문대학 14개, 특성화고 5개가 선정됐다. 학교기업의 매출을 늘려 자립의 과정으로 가도록 돕기 위한 성장형과 자립형 지원 대상 학교기업은 기존 1단계 사업기간 동안 수혜를 받은 학교기업 중 평가 결과에 따라 선정됐다.

지난 1단계 지원사업 대상 중 우수사례로 뽑힌 학교기업은 경상대학교의 ‘가스트(GAST)’다. 가스트는 ‘DNA 마커 분석키트’를 개발해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고능력 수정란 대량 생산기술’을 상용화했다. 가스트는 이를 지역의 농가, 단체, 조합 등에 제공해 한우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등 지역기업과의 상생체계 구축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많은 학교기업이 정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재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지만, 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남진식 대표는 “학교기업은 일반 중소기업처럼 상법상의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다”며 “학교기업에 법률적인 제도가 마련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제도적인 개선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교기업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인터넷 언론사 <시빅뉴스> 대표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정태철 교수는 "은행에 간 경영학과 학생, 공장에 간 공대생들은 실제 기업의 여건상 인턴 실습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학교기업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움직이는 기업이므로 최상의 실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교육부나 정부 당국자들은 형식적인 산학협력 모델인 링크사업에는 전국적으로 수천억 원을 지원하고, 효과적인 산학협력 모델인 학교기업에는 전국적으로 100억원도 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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