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느 더운 여름날, 50대 남자분이 우측 눈의 일부분이 보이지 않아 내원하셨다. 검사 상 망막하 출혈이 있었고, 이로 인해 가려지고 휘어진 증상이 나타났다.
자그마한 사업체를 경영하시는 이 사장님은 자신의 일을 맨손으로 일군 듯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표정이었지만, 이번 일로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많이 실망하시는 것 같았다.
정밀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보게 되었다. 진단명은 습성황반변성과 이로 인한 망막하 출혈이었다. 진단 즉시, 우측 눈에 항혈관성장인자항체주사, 가스 그리고 혈전을 녹일 수 있는 티피에이를 주사하였다.
약 2주 동안은 망막 하의 혈액을 밀어내기 위해 엎드려 있는 자세를 취하였다. 환자분은 목과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잘 견뎌내셨다. 이후 주기적으로 항체주사를 맞았고, 현재까지 우측 시력을 1.0으로 유지하고 계신다.
노인성 질환 증가와 함께 황반변성 환자 많이 늘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2016년 기준 82세로 보고되었다. 1970년대에 비해 20세 이상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안과에서는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이 많이 늘어났다. 당뇨망막증, 녹내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실명을 유발하는 안과질환에 포함된다. 황반변성은 이 분처럼 눈에 항혈관성장인자 항체주사가 필요한 습성 황반변성, 주사가 필요 없이 항산화제와 비타민 복합제를 먹어 치료하는 건성 황반변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성이냐 습성이냐에 따라 치료와 경과관찰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성과 습성을 구분할까? 바로 망막 하의 신생혈관, 즉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라 병적인 혈관의 존재 유무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정밀검사, 즉 안저혈관촬영을 하게 되면 신생혈관의 유무와 활동성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가끔 어떤 환자분들은 ‘황반변성’으로 진단 받았다며 다짜고짜 눈 주사를 맞으러 오셔서 곤란할 때도 있다. 이런 설명을 해드리고 건성 황반변성일 경우에는 항산화제 복용약과 자가진단법으로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아래의 그림은 정상, 건성황반변성, 습성황반변성의 대표적인 안저사진이다. 정상안저의 황반은 아래의 첫 번째 그림과 같이 노란색 동그라미 안쪽의 부분으로 어두운 갈색이다. 그러나, 드루젠이 발생하거나 신생혈관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하게 되면 두 번째 세 번째 그림처럼 보인다.
스스로 검진할 수도 있을까? 암슬러격자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아래와 같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이 그어진 사각형의 가운데 검은 점을 반대 눈은 가린 채 한쪽 눈으로 주시한다.
이 때 모든 줄이 일정하고 선명하게 보인다면 황반의 기능이 정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분이 휘어져 보이는 경우, 일부분이 어둡게 가려져 보이는 경우, 선의 일부가 사라져 끊어져 보이는 것 모두 비정상에 속한다.
지금 한번 아래의 암슬러격자를 이용해 보시면 어떨까?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신속하게 치료하면 좋은 시력을 가질 수 있다. 만일, 이상이 있다면 가까운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