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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미성년자와 성관계 처벌 위한 ‘의제강간죄’ 최저연령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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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미성년자와 성관계 처벌 위한 ‘의제강간죄’ 최저연령 높여라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9.11.2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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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나이 차이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긋기 마련이다.

2010년 35세 여교사, 2014년 42세 연예기획사 대표, 2015년 26세 남교사는 15세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다고 주장해 대중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이들 모두 처벌받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법원이 15세 청소년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의해 성인과 관계를 맺었다고 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미성년자 의제강간 인정 기준이 13세이기 때문이다. 의제강간이란, 원래 형법이 ‘폭력 또는 협박’이 동원돼야 강간이나 추행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달리,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을 때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이다. 랜덤채팅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와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하는 요즘,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의제강간 최저 연령 기준을 만 13세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며, 두 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스페인(만 12세)이 유일하다. 한국보다 성적으로 개방돼 있다고 생각되는 미국,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의제강간 최저 연령 기준을 만 16세로 잡고 있다.

그간 의제연령을 높이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2012년 권성동 외 국회의원 13명은 의제강간 적용 나이를 '만 13살 미만'에서 '16살 미만'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간음이나 추행의 의미를 알고 동의를 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 법무부는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성적인 발육이 상당 부분 이뤄진 시기이며,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형성되고 발전해가는 시기”라는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성적인 발육 상태를 청소년이 성적인 자기 결정권을 가졌다는 근거로 삼는 법무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현행법상 투표권은 19세 이상부터 갖게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15세 이상부터 가능하며, 18세 미만이 취업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법만 놓고 보자면 한국은 청소년을 정치적 판단과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건데,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성욕만은 “청소년일지라도 성적 자기 결정권에 의해 합리적이고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모순이다. 자칭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나라에서 대표적 피임법인 ‘콘돔’이 청소년 유해 검색어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한편, 일정 나이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형사처분을 가하는 의제강간이 구체적인 개별 사건마다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원천봉쇄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가해자의 나이가 피해자의 나이와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난다거나, 미성년자 후견인(주로 부모)의 동의하에 중학생이 성인과 만나다 성관계를 맺는 경우는 어찌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법을 수정할 때 예외 규정을 두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몇몇 주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나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뉴저지 주는 13세 미만의 어린이와의 성관계는 가해자가 17세 초과일 때 성관계에 대한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성폭행으로, 13세 이상 16세 이하는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4세 초과이면 성폭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16세로 높이면, 랜덤채팅앱을 이용한 그루밍 성범죄의 주 타깃이 되는 15세와 성관계를 맺은 성인이 ‘서로 사랑해서, 호감이 있어서, 상호 동의하’에 성관계했다는 변명을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일부 사건에 의제강간이 적용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아예 상향 논의를 미루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법을 좀 더 구체적이고 촘촘히 고치는 게 더 생산적이고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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