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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강추위 파도 속으로 우리는 간다”...‘겨울 서핑’의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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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강추위 파도 속으로 우리는 간다”...‘겨울 서핑’의 중독성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19.12.0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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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엔 여름보다 겨울 북동풍이 서핑에 최적
추위 등 악조건 이기는 매력 최고지만, 전문가 아니면 초보는 위험
발리나 필리핀도 겨울 서핑의 대안지로 인기
24절기 중 20절기에 해당하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小狗)’이 막 지나갔다. 점점 낮아지는 온도 때문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더욱 두꺼워졌다. 날이 추워지자, 활동을 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동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추워지는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핑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5mm가 넘는 두께의 웻슈트(서핑할 때 착용하는 의복)와 서핑 부츠를 착용한 채로 겁 없이 바다로 들어가는 이들은 바로 겨울 서퍼들이다. 일반인들은 대체로 서핑은 여름에만 할 수 있는 한정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평소 계절을 가리지 않고 광안리 바닷가를 많이 찾는다는 대학생 박휘람(23, 부산시 남구) 씨는 “겨울 바다는 가만히 있어도 추워서 서핑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사는 이동근(23) 씨도 “이 날씨에 물속에 들어간다니, 나는 돈을 준다고 해도 못 한다”고 말했다.
SNS ‘인스타그램’에 ‘겨울 서핑’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 ‘인스타그램’에 ‘겨울 서핑’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결코 서핑은 여름에만 국한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렇다면 서퍼들이 겨울에도 바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서핑의 ‘중독성’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서핑 스쿨 ‘요서프’의 대표 최문경(46) 씨는 “서핑이라는 레저가 중독성이 강하다. 서핑에 한 번 중독되면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파도만 보면 심장이 뛴다”고 전했다. 서퍼들이 겨울에 바다를 찾는 이유는 단지 중독성뿐만은 아니다. 겨울 서핑은 서퍼들의 실력을 유지해주는 역할도 한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서핑샵 ‘크레이지서퍼스’의 박현수(29) 씨는 겨울 서핑에 대해 “오랫동안 서핑 보드를 안타면 감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에도 서핑을 하면 감을 잃지 않아서 다음 시즌에 복귀했을 때도 서핑을 제대로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겨울 서핑은 여름 서핑과 비교했을 때, 여름보다 더 좋은 파도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철이 되면 북동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해의 특징상 한국 바다는 겨울에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의 빈도가 높고 질도 좋다. 최문경 대표는 “여름에는 남풍이 불기 때문에, 예쁜 파도는 여름보다는 북동풍이 부는 겨울에 더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박현수 씨는 “겨울 파도의 퀄리티가 아주 좋다. ‘꿀웨이브’를 놓치지 말자”고 말했다. 서퍼들이 말하는 겨울 서핑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바다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박현수 씨는 “여름에는 사람이 많아서 안전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어 속 시원하게 타기는 힘들다. 하지만 겨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파도를 타거나 기술을 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전했다. 또한 최문경 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핑을 하기 좋은 포인트는 한정적인데, 사람들은 많다 보니 서퍼들끼리 분쟁이 일어나거나, 파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철에는 이런 일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겨울 추위의 영향인지, 사람이 별로 없고 한적한 11월의 광안리 바닷가(사진: 취재기자 박상현).
겨울 추위의 영향인지, 사람이 별로 없고 한적한 11월의 광안리 바닷가(사진: 취재기자 박상현).
겨울 서핑에 장점만 존재한다면, 전국의 바다는 계절과는 상관없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겨울철만 되면 바다에서 서퍼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추위 때문이다. 11월의 바다의 수온은 최고온도 약 18도(2019년 11월 부산 기준)로 8월의 여름 바다의 최고온도인 27도(2019년 8월 부산 기준)에 비해 9도나 낮다. 거세지는 추위 때문에 자연스레 낮아진 수온으로 인하여 서퍼들은 서핑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최문경 씨는 겨울 서핑의 추위에 대해 “100만 원 이상의 장비를 착용한다 해도, 덜 추운 것이지, 안 추운 것이 아니다. 상상 이상으로 춥다”고 말했다. 부산시 사하구의 서핑 스쿨 ‘웨이브시티’의 유명기(39) 씨는 겨울 서핑에 대해 “눈썹이 꽁꽁 얼 수도 있다. 세상의 고민들을 다 잊게 만드는 극한의 추위.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겨울 서핑의 특성상 추위를 조금이라도 덜 느껴야 서핑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 서핑은 많은 방한용품을 필요로 한다. 유명기 씨는 이러한 단점에 대해 “방한 장갑, 부츠, 모자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치 서퍼가 아니라 잠수부처럼 옷을 입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현수 씨는 “서핑은 멋이 중요한데, 겨울 서핑을 할 때는 방한 장비 때문에 멋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도 방한 장비는 꼭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킨스쿠버나 해녀들이 주로 입는 드라이슈트와 그 외 장비들, 서퍼들이 겨울 서핑을 위해 착용하기도 한다(사진: 네이버 쇼핑 캡처).
스킨스쿠버나 해녀들이 주로 입는 드라이슈트와 그 외 장비들, 서퍼들이 겨울 서핑을 위해 착용하기도 한다(사진: 네이버 쇼핑 캡처).
겨울 서핑은 아무래도 슈트와 방한 장비만 가지고 추위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체온 유지에 주의해야 한다. 최문경 씨는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으니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현수 씨는 “아무리 재밌어도, 몸이 차가워진 게 느껴진다면 미련 없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체온 유지뿐 아니라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 또한 필수다. 유명기 씨는 “아무래도 슈트가 두껍다 보니 몸이 수축하며 둔해진다.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야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장단점을 고루 갖춘 겨울 서핑이지만, 전문가들은 겨울 서핑을 크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박현수 씨는 “겨울에도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타지는 않는다. 나 같은 경우, 한번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타지만 준비과정과 마음가짐을 갖기가 힘들다. 비행기 푯값이 많이 내린 덕에 추운 날씨가 찾아오면 해외로 나가서 타고 다시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핑을 정말 사랑하고 해외로 나갈 여건이 되는 사람은, 겨울이 찾아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서핑을 계획할 만하다. 동남아권에서 서핑에 가장 적합하기로 유명한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필리핀의 ‘시아르가오 섬’ 등이다. 최문경 씨는 겨울 서핑에 대해 “겨울철 바람에 의해 파도가 커지면 조류가 커지고 이안류(거꾸로 치는 파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보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하다. 서핑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겨울 서핑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겨울 서핑이 해외로 나갈 여건이 안 되거나, 충분한 방한 장비를 갖춘 베테랑 서퍼들이 하는 것이 적합하며, 추위를 많이 타거나 아직 서핑이 익숙지 못한 서퍼들은 전문가와 함께할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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