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서퍼 배진호 씨, 서핑과 익스트림 스포츠 유튜브 ‘덤앤덤’도 운영 병행
부산의 송도와 임랑, 포항, 양양, 제주도 죽도 등이 국내 서핑 명소로 추천
부산시 광안동의 ‘바인셰어하우스.’ 그 지하에서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건물 지하에 웬 바퀴 구르는 소리일까?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것은 서핑(surfing)의 지상 연습 도구인 ‘카버보드’를 타고 훈련하고 있는 서퍼 배진호(23) 씨가 내는 소리였다. 마치 밀려오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나무 모형 위에서 자신의 몸과 카버보드만 가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틈만 나면 지상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배진호 씨는 서퍼(surfer)이면서, 동시에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서핑은 한국어로 ‘파도타기’를 뜻하며, 바다에서 길쭉한 타원 모양의 서핑보드를 이용해 파도를 타면서 묘기를 부리는 스포츠다. 여름만 되면 전국 대부분의 해안가에서 서핑슈트를 입고 자세를 연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흔하게 보일 정도로 최근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대략 한국 서퍼 인구가 20만을 넘을 거라고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서핑에 필요한 장비로는 파도를 타기 위해 필요한 서핑보드, 해수 온도로 인한 체온 저하나 피부가 과도한 햇빛에 노출됨으로 인해 생기는 화상 등을 막아주는 서핑슈트, 그리고 서핑보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줄인 리쉬코드가 있다. 그 밖에도 겨울철 방한을 목적으로 착용하는 서핑 글러브, 서핑 부츠, 서핑 헬멧 등이 있다.
배진호 씨는 올해로 5년 차 서퍼로, ‘배 서퍼’라는 예명으로 ‘덤앤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채널 덤앤덤은 서핑뿐 아니라 BMX(변속장치가 없는 소형 자전거로 곡예를 하는 스포츠), 메가섭(5.5m 크기에 달하는 다인승 서핑보드), 스케이트보드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여 다양한 영상을 제공한다. 또한 일상Vlog 영상도 담고 있어 그와 그의 주변 사람들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배 씨는 자신의 일상과 유튜브를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배진호 씨가 처음 서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누군가에게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독립을 결심한다. 그리고 광안리 본가와 3분 거리이자,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2층인 ‘바인셰어하우스’(교회와 셰어하우스가 복합된 거주형 문화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배 씨는 그곳에서 서핑을 할 줄 알던 한 목사님의 권유로 서핑을 처음 시작했다. 배진호 씨는 “목사님은 배진호라는 작은 사람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전하도록 만들어 준 소중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핑을 했던 배진호 씨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5년 전 송정 해수욕장에서 초보로 연습 중 처음으로 서핑보드에서 일어섰던 순간이다. 그는 “남들 도움 없이 파도를 잡고 스스로 서핑보드에서 일어섰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대부분 서퍼들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그의 서핑에도 위기는 존재했다. 배 씨는 2년 전 태풍이 상륙하기 하루 전날,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음날 광안리에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생긴다는 정보를 얻었다. 평소 파도가 쉽게 깨져 서핑을 하기 쉽지 않던 광안리에서 서핑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서핑보드를 끌고 들어간 광안리 바다에서 3m 크기의 파도를 만났다. 배 씨는 “그 파도를 타던 중 서핑보드의 앞부분이 땅에 박혔고, 그 상태로 파도와 부딪쳐 보드는 반 토막이 났고, 손에서는 유리와 돌조각이 박혀 피가 났다. 그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며 가장 무서웠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몸서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진호 씨가 서핑을 계속하는 이유는 포기할 수 없는 서핑의 매력 때문이다. 서핑은 수면 위에서 행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여름에만 할 수 있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서핑은 두꺼운 서핑슈트를 착용하면 봄, 가을은 물론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사계절 스포츠다. 게다가 서핑은 자연을 이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설렘을 가지고 있다. 배 씨는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파도 덕분에 같은 장소에서 서핑을 하더라도 매번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서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서핑의 또 다른 매력은 서핑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이다. 그는 “보드 위에서 파도를 따라 옆으로 움직일 때, 파도 위에서 기술을 성공했을 때, 정말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서핑의 짜릿함이 계속 나를 바다에 가도록 만든다”고 서핑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서핑을 시작하고자 하려거나 서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퍼들을 위한 요령으로 배진호 씨는 보드 위에서 넘어졌을 때, 몸에 힘을 풀 것을 강조했다. “거센 파도 속에서 넘어졌을 때, 당황하여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 근육이 놀라서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힘을 풀고 있으면 파도가 지나간 후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다시 보드 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전했다.
배 씨는 넘어졌을 때, 몸의 힘은 풀되, 손으로 서핑보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끈인 리쉬코드를 똑바로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의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초보들이 가장 많이 비난받는 이유 중 하나가 리쉬코드를 제대로 잡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파도가 왔을 때 리쉬코드를 방치하여 보드를 놓치면, 그 놓친 보드가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그 사람의 서핑에 영향을 주거나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 다들 재밌자고 타는 서핑인데 다치고, 얼굴 붉히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리쉬코드를 잘 간수하여 부상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핑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서핑의 비용이다. 배 씨는 서핑의 입문 비용으로 약 6∼8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핑을 가르치는 서핑학교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레슨과 장비 대여를 포함한 가격이 6만 원에서 8만 원이라고 했다. 서핑보드를 사기는 벅차다. 70만 원이 넘기 때문이다. 배진호 씨는 제법 비싼 돈이지 않냐는 질문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서핑은 저 정도 투자 가치는 충분히 가지고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배진호 씨는 부산에서 서핑하기 좋은 바다로 송정 해수욕장과 임랑 해수욕장을 손꼽았다. 그는 너무 잔잔하지도 격하지도 않고 적절한 파도가 밀려오는 장소들이 앞서 말한 두 곳이라는 것. 그는 “광안리는 집과 가깝지만, 웬만하면 파도가 잔잔하여 평소에는 서핑에 적합하지 않은 바다”라고 말했다. 그 외 부산을 제외한 서핑에 적합한 바다는 경북 포항의 신항만, 강원도 양양의 죽도, 제주도의 중문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 씨는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에 4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그는 자신의 학업에 대해 “사이버대학교 진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이로 인해 시간적·금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시간과 돈을 서핑에 투자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덕에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현재 서핑이 몇 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한시 빨리 대중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배 씨는 “서핑은 튜브를 들고 바다에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도 좋다. 서핑은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서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