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30위,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 이 영화를 수식하는 단어와 문장들은 화려하다. 화려한 수식어구 답게 이 영화는 나의 ‘인생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2003년 개봉한 바로 한국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박찬욱의 ‘올드보이’다.
올드보이는 오대수(최민식 분)가 술에 취하여 집에 돌아가는 날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혀 15년 동안 갇히게 되며 영화가 시작된다. 오대수는 15년 후 처음 납치된 것처럼 이유도 모른 채 내보내진다. 오대수는 자신을 누가 감금했는지 그리고 왜 감금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오대수를 감금한 이우진(유지태 분)은 오대수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 자신이 왜 가두었는지에 대해 5일 안에 맞춘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오대수는 이우진이 낸 수수께끼인 ‘왜 가두었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오대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일식집에서 만난 미도를 사랑하게 된다. 이후 오대수는 이우진이 사실은 고등학교 동문이었고, 자신이 서울로 전학 가기 전 이우진과 이우진의 누나가 부적절한 관계라고 친구에게 말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대수의 말 한마디에 이우진의 누나는 상상임신을 하게 되고 주위의 수군거림에 못 이겨 자살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풀게 된 오대수는 이우진을 찾아가게 되고 이우진이 철저하게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올드보이는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떠한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집중하고 봐야 하는 영화이다. 오대수가 매일 주는 군만두를 불평하는 장면, 산 낙지를 먹는 장면 등 모든 장면이 의미 있고 연결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장면뿐만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도 굉장히 계획적이고 치밀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볼 때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 정말 집중했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올드보이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입조심’이다. 오대수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사람을 죽이고 한사람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복수심에 불타 15년간 칼을 간 것처럼 말의 힘은 강하다. 최근 올드보이가 떠오른 사건이 있었다. 최근 친한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자신의 직장 동료가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험담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친구는 험담을 보는 사람에게 말하고 사과를 받아냈다. 하지만 친구는 대인관계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치 올드보이의 이우진처럼 말이다. 이렇게 올드보이의 내용이나 친구의 사연처럼 나도 혹시 누군가에게 고의든 아니든 오대수가 될까 봐 두려웠고 입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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