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다가오면서 청년층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청년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자발적인 조직을 구성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거나 여야 정당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공약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20~30대 청년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며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41.5%로 전 연령대 평균인 54.2%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28.1%에 불과했던 18대 총선에 비해선 크게 높아진 것.
때문에 선거 때마다 각계 각층에서는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 비싼 등록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당사자인 청년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4.13 총선을 앞두고 청년들의 자발적 투표 참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청년 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난 것이 이번 총선 즈음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대학 총학생회와 청년단체들의 연합조직인 ‘2016총선청년네트워크,’ ‘3·26 2030유권자 행동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청년유니온,’ '투표하라1997,' '대학희망,' ‘민달팽이유니온,’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청년하다,’ ‘청년혁명’ 등 수십 개의 청년 단체도 투표 운동에 나섰다. 이밖에 각 대학교 총학생회도 학생들의 총선 투표권 행사를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에서도 청년들의 정치 참여 운동이 활발하다. 부산청년유니온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부산지부,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지난 2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정책안을 발표하는 한편, 청년들의 투표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의견을 모아 6개 안을 선정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이에 공감하는 1,5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날 나온 정책안은 △최저임금 1만 원, △월 300만 원 이상 일자리, △반값 주거비, △취업준비생 청년수당, △진짜 반값등록금, △일방적 학과 통폐합 중지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을 떠난 청년들이 1만 4,000명에 이르고, 청년 자살률도 10만 명 당 24명으로 전국 1위나 되는 등 어려운 지역 현실이 부산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부산지역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이 6개 정책안을 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청년 잡지 '지잡,' 대안매체 '청춘씨:발아,' 청년문화사업단 '상놈,' 청년 회사 '동네백수,' 동아대학보사 간사 등 청년단체 관계자들은 부산일보사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 이들은 청년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와 총선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해 토론하며 청년 투표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같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선거 참여는 서울에서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2030 유권자행동 등 청년단체들은 26일 서울 신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 동안 정부의 청년 정책은 ‘청년 죽이기 정책’ 이었다. 2030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해 청년층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청년층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청년층 투표율 올리기 추진 공무원·청년·학생 협의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단체에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 청년유권자연맹, 전국 50대 대학 총학생회가 함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단체들은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인 만큼 나 하나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자포자기하지 말고 청년학생들의 뭉친 힘을 보여 주자"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20세 청년들도 정치를 바꾸기 위한 투표 운동에 나섰다. 청년단체 대학희망, 투표하라1997 등은 ‘스무살의 첫 투표 꼭 한다 1만 선언 및 20대 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거리 서명과 온라인을 통해 1만 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이번 총선 투표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대학 총학생회 차원의 투표 독려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이달 초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고려대가 소재한 서울 서북구로 주소지를 옮겨 총선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투표 장려 운동’에 나섰다. 순천대 총학생회도 ‘바른 정치 촉구! 순천지역 대학생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청년들의 총선 투표를 독려했다.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간사는 “이번 총선에는 지난 총선이나 대선처럼 청년 후보나 청년을 위한 정책 이슈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해야 정당에서 청년 정책이나 청년 후보를 배출해 갈 것”이라며 청년들의 총선 투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청년들이 이번 총선에서 꼭 투표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유영현(25) 씨도 "지난 총선에서 청년 대학생 위한 공약들이 나왔지만 제대로 실현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청년 투표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더 많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투표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뽑을 사람이 없거나, 또는 취업 준비에 바빠서 관심이 없다고 해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4·13 총선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밝힌 청년층은 조사대상자의 65.6%로 4년 전 56%보다 9.6%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