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흡연예방을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를 더 간결하고 강력하게 교체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것이 흡연예방에 도움이 될 지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담뱃갑에 새롭게 부착할 경고그림 및 문구 12개를 확정하고 「담뱃갑 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안)을 14일부터 오는 6월 8일까지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주제별 1~2종의 교체안과 현행 그림에 대해, 성·연령별 인구비율과 흡연율 등을 고려해 구성한 일반국민 2000명(성인 1500명,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효과성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가시성·직관성, 교체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연정책전문위원회에 최종안을 상정하고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최종 선정된 경고그림 및 문구는 후두암, 성기능장애,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제외하고 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등을 포함한 9종의 그림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그림은 효과성 등 종합평가 점수 및 익숙함 방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경고그림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 문구가 표기되는 담뱃갑의 면적이 작은 점을 감안해 문구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간결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폐암 위험, 최대 26배! 피우시겠습니까?’의 문구를 ‘폐암 위험, 최대 26배’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체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담배를 10년 간 피워왔다는 한 네티즌은 경고문구는 흡연자들이 잘 보지 않는다며 담배를 유심히 보는 경우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개인적으로 담배를 필 때 흡연을 경고하는 사진이랑 문구를 신경쓰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아무리 사진과 문구를 강하게 바꾼다 해도 흡연율에는 변화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담배의 유해함은 피우는 흡연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학생은 담배의 유해함을 알고 있고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담배를 피운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또 이미 담배의 유해성은 대중매체로 많이 접해서 충분히 인지를 했고 보다보니 많이 무뎌진 상태라고도 전했다.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흡연사진을 넣어도 그것을 보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지 그것을 통해 흡연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한 대학생은 "지금도 충분히 혐오스럽고 강력한 문구들이 기재되어 있는데도 담배를 사는 사람들 중에서 몇몇 분은 하얀 스티커로 그림을 가려달라고 하거나 덜 자극적인 그림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진을 아무리 바꿔도 그것을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사진이나 그림을 강력하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흡연예방에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30년 가까이 담배를 꾸준히 펴왔던 이 모씨(58, 충남 천안시)는 예전에는 담배갑에 사진이 없을 적도 있었는데 그 때보다는 지금이 더 담배를 적게 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보지 않으려고 해도 가끔씩은 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마치 모른척하려고 했던 진실이 드러나는 것 같아 피기가 꺼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흡연율은 2018년 22.4%이다. 2016년까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통계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담뱃갑에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하는 것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효한 국제협약인 담배규제협약에 따른 것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협약 발효 후 5년 안에 협약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후원 전면 금지하는 것. 담뱃갑의 최소 30% 면적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을 싣는 등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하는 것. 담뱃갑 겉면에 '저타르', '마일드', '라이트' 등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문구를 쓰지 않는 것. 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것.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국제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