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유대강화위한 親중동전략 마련 시급
우리에게 중동은 무엇인가? 하루도 쉴 새 없이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끊임없이 이웃 나라와 분쟁을 일으키든가 다른 나라에 테러집단을 보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폭력적 지역인가? 아니면 미국, 유럽 등 서구 열강들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적 혹은 무력으로 점령, 이용하는 희생자의 나라인가? 그도 아니면 강력한 기독교 문명에 밀려 또 다른 종교인 이슬람의 장막 뒤에 숨어서 저들끼리 살아가는 폐쇄적인 은둔의 집단인가? 어느 편이건 우리와는 별다른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중동이 우리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나라이고, 우리의 역사.경제.정치와 상관없이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의 싸움터 정도로 인식될, 무관심해도 좋을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를 돌아보면 사실 중동은 우리 정치사, 경제와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근래 40~50년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10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강해졌지만 지금부터 불과 50년 전만 해도 국민소득 몇백 달러의 약소국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짧은 기간에 빨리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처음 경제 발전을 시작했던 60년대, 우리는 기술.자본.인력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빈털터리나 다름없었다. 70년대 월남전 참여는 미군으로부터 최소한의 기술과 장비, 자금을 얻어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때 들여온 고물 자동차와 건설장비 그리고 약간의 기술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동남아시아 건설공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밑천으로 당시 오일 달러로 흥청거리던 중동 진출이 가능했다. 오늘날 경제대국의 토대가 그때 마련된 셈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바일 항만 공사와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 등 당시로는 엄청난 수백만 달러짜리 공사들을 따내면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그것이 바탕이 돼 조선, 철강 등 오늘날 우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심산업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두바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중동 건설 붐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중동 국가들이 먹고살 궁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넘치는 오일 달러를 이용해 새로운 도시 인프라 구축, 관광용 프로젝트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지금 우리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 막대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단순 건설뿐만이 아니다. 각종 플랜트와 전자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얼마 전 아프간 피랍사태 때도 알게 모르게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준 중동 국가들에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지. 그들이 필요한 시설과 주택을 건설해주고 상품과 인력을 제공해주었다고 다가 아니다.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은 많다.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유대가 더 필요하다.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유지가 더욱 필요한 것은 최근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유가 때문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100달러를 넘어서 치솟는 유가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크다. 앞으로 원유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지난 1, 2차 오일쇼크 때 우리가 석유 확보를 위해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앞으로 엄청난 건설시장으로, 또한 석유를 공급받아야 하는 산유국으로서 중동은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여기에 호혜적으로 무언가 베풀 수 있는 게 있다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더없이 좋을 것이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관계 강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