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동물은 ‘출처 불명’...검역 탐지견 5년 봉사 후 '토사구팽'
연구자, 관리자 등 모순된 역할로 정신적 스트레스 겪어
화장품, 신약 개발 등 인간을 위한 약품과 미용품을 개발하는데 동물실험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사회 이슈로 자주 떠오르기도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이고 연구자 등에 대한 심리적 배려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실험을 할 경우, 동물보호법 제23조에 따라 기본원칙 3R을 지켜야 한다. 3R 원칙이란 동물실험의 숫자를 줄이고(Reduction),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작년 한해 실험에 동원된 동물은 약 371만 마리였다. 2019년 농림부의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를 보면, 이는 2010년 이후 매년 최소 4%에서 최대 20%까지 실험동물 사용이 늘어났다. 2010년 132만 마리였던 실험동물은 2014년 241만 마리로 늘어났고, 2018년 372만 마리까지 증가했다. 국내 동물실험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최근엔 전국 대학 병원 연구소에서 실시되는 동물실험과 관련해 연구윤리문제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경북대는 실험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동물을 많이 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처 불명의 동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19일 경북대에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북대가 2015년부터 올 7월까지 실험동물로 사용한 개와 고양이 470마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 실험동물공급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구매한 경우가 각각 211마리(44.9%), 15건(3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북대에서는 실험견이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계속 실험을 하다가 죽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작년엔 국가 사역견 중 '메이'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5년간 검역 탐지견 역할을 하고도 서울대 동물실험실로 보내졌다. 이후 학대에 가까운 실험에 동원된 뒤 사망해 많은 이들이 분노한 사건도 있었다. 나는 이 기사를 접했을 때 ‘5년간 수고했다고 새 가정은 찾아주지 못할망정 어떻게 여생마저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동물실험실로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자와 실험동물관리사들도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2016년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병연구소 모효정 교수의 논문 '동물실험 연구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관한 예비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실험동물을 보살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모순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실험실에서 발생한 연구자의 스트레스는 동물 관리 및 실험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연구자 개인의 신체와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강아지 4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동물실험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진 못 하겠다. 하지만 동물실험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모든 동물실험이 동물의 생명보다 사회, 과학적 이익이 더 큰지,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은 전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외국에선 이미 연구나 제품개발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