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사 옆 분홍집 수국도 인생샷 명소로 덩달아 유명세
옛 주지스님 세계 돌며 수국 5000여 그루 수집하고 가꿔
'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중략).../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이해인 수녀의 시 <수국(水菊)을 보며>중)
부산 영도구 태종대는 볼거리가 많다. 해안의 기암괴석이 그렇고, 다누비 열차를 타고 한바퀴 돌 수도 있다. 걸어도 좋다. 여름이면 이곳에 수국 축제도 열린다.
태종대는 대중교통, 자가용 등 여러 방법으로 갈 수 있다. 부산역에서 태종대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역 맞은편 03-064 버스정류장에서 101, 88, 66번을 타고 태종대(태종대온천) 정류장에서 내려 약 20분 정도 걸으면 태종대에 도착하게 된다. 자가용 이용 시 부산역에서 영도 방향으로 부산대교 또는 영도대교를 건너면 태종대로 갈 수 있다.
태종대 수국 축제는 여름에 태종대 안에 있는 태종사에서 열리며, 태종대 입구에서 태종사까지는 도보 또는 다누비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도보로는 태종대 입구에서 약 10분에서 20분가량 걸리고, 다누비열차로 가면, 빠르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대신 도보를 통해 태종사를 갈 때는 다누비열차와는 다른 방향으로 출발해야 한다.
태종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한자로 ‘태종사(太宗寺)’라고 적힌 돌이 세워져 있는 게 보인다. 그 옆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주변이 온통 수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보이는데, 개화 시기인 6~7월이 훨씬 지난 지금은 수국이 전부 졌기 때문에 아쉽게도 만개한 모습은 아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국 축제가 취소됐다.
하지만 수국 개화 시기에 맞춰서 여길 찾아간다면, 수국들이 잔뜩 둘러싸인 장관을 맞이할 수 있다. 광주에서 온 한 관광객(54)은 “코로나 때문에 수국이 필 때는 오지 못하고 이제서야 오니 너무 아쉽다. 내년에는 꼭 만개한 것을 보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다.
수국들 사이를 보면, 수국에 대한 정보와 수국 축제의 유래에 대해 적힌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수국 축제는 1972년 태종사가 생긴 후 당시 주지스님이 4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의 수국을 수집하고 재배하여, 총 30여 종의 수국 5000그루가 장관을 이루게 됐으며, 2006년부터 수국축제가 시작되어 지금은 영도구의 중심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러한 내용을 본 한 대학생(24)은 “30가지의 수국 5000그루를 재배하는데 (주지 스님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그 덕에 우리가 이렇게 예쁜 수국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주지스님이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수국 축제가 열리는 기간 중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는 곳은 태종사의 수국이지만, 이와 함께 수국 때문에 주목을 받는 곳이 또 있다. 바로 태종대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분홍집’이라는 곳이다. 분홍집은 일반 가정집으로 집 외벽의 전체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분홍집이라고 불린다.
일반 가정집인 분홍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홍집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수국 나무 때문이다. 수국이 만개할 시기에 분홍집을 찾아가면, 만개한 수국 나무의 장관을 보게 되는데, 수국과 분홍집 두 가지를 모두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으면 일명 ‘인생샷’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예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서 꼭 사진을 찍어야 하는 장소로 주목을 받게 됐다. SNS에서 본 분홍집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러 온 김예원(27) 씨는 “분홍집은 수국이 피었을 때 찍어도 예쁘지만, 분홍집 그 자체로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해에는 아쉽게 코로나로 인해 태종대 수국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태종대유원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제15회 수국꽃문화축제를 올해 6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 및 지역주민과 관광객 안전을 위해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이 수국을 보기 위해 태종대를 들렸다고 한다. 지난 6월, 수국을 보기 위해 태종대를 들렸던 한 주부(48)는 “축제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이 수국을 보러와 사진 찍는데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국 축제가 열리지 못해 여러 이벤트와 축제를 즐길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개한 수국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뒤늦게라도 태종대를 찾은 한 직장인(36)은 “수국이 개화할 시기에 보지 못해서 늦게나마 져버린 수국이라도 보러 왔는데 더욱 아쉬웠다. 내년에는 수국 축제가 꼭 열리기를 바란다”고 속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