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저장강박 가정 지원 조례 제정 이후, 전국 각지서 조례 제정 잇달아
이웃집 언니같은 친근함으로 주민 친화적 의정활동 펼치는 재선의원으로 주목
‘저장강박증’이라는 질병이 있다. 저장강박증은 어떤 물건이든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한번 가지면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병으로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저장강박증에 걸린 사람 중 심한 경우에는 집안에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어 집안을 온통 쓰레기더미로 만들기도 한다. 부산시 북구의회 김효정(35) 의원은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는 주민들을 위해 ‘저장 강박 의심 가정지원 조례안’을 2018년 9월 14일 전국 최초로 발의, 조례로 확정, 정책화한 이 분야 선구자다.
부산 북구청의 저장 강박 의심 가정지원 조례는 북구청 관내의 해당 가구에 대한 짐정리와 청소 자원봉사는 물론 정신적인 치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조례에 따라서, 북구청은 지역 내 저장 강박 의심 가정의 집안 내부에 있는 각종 생활 쓰레기를 치워줘 저장강박증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조례에는 저장강박 가구 지원 대상, 지원 비용, 지원 방법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2014년에 국민의힘 당 소속으로 구의원이 된 김효정 의원은 의정 활동의 일환으로 주민들의 주거지역을 직접 둘러 보던 중 저장강박증으로 고통받는 구민들을 발견하고 저장강박증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김 의원은 “저장강박증 환자가 거주하는 가정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루라도 빨리 저장강박증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저장강박증으로 힘들어하는 주민들을 돕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당시, 우리나라 현행법은 구청이 예산을 개인 가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곧장 구의회 상임위원회를 열었고, 수많은 논의 끝에, 구청이 저장강박증 관련 주민 가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저장강박증에 대한 조례안을 전국에서 최초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저장강박 조례안은 북구 의회 주민도시위원회 심사에서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후 저장강박 조례는 2018년 9월 20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승인됐고, 지금까지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든든한 법적 기반이 되고 있다.
저장강박 조례가 시행되자, 저장강박에 시달리던 많은 가구들은 해당 조례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 부산시 북구 임대아파트에서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는 한 독거노인은 오랜 시간 동안 우울증과 저장강박증에 시달려 살았다. 집안은 온통 헌옷과 물건들로 가득 차 흡사 쓰레기 더미를 쌓아 놓은 것 같았다. 다행히 저장강박증 조례가 발표되고, 부산시 북구의 복지팀, 자원봉사자 등 여러 협의체들이 협력하여 저장강박에 시달리던 노인의 집을 깨끗이 청소했다.
저장강박증 지원 조례가 부산시 북구에서 전국 처음으로 만들어지자, 많은 사람이 해당 조례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 부산과 거리가 먼 곳으로부터 연락이 와 저장강박증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저장강박증 조례는 부산시 북구를 시작으로 부산시 부산진구, 대구시 수성구, 전북 군산시 등 부산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제정됐다. 저장강박과 관련된 조례는 현재 전국의 약 2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저장강박증에 대한 조례를 자신이 전국 최초로 발의한 것을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김 의원은 “조례를 발의한 후에야 내가 전국 최초로 저장강박증에 대한 조례를 발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전까지 저장강박증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발의해서 조례가 제정된 이후 다른 여러 지자체에서 해당 조례가 제정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최초로 저장강박증에 대한 조례를 만든 주인공이 돼서 매우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저장강박증 조례를 앞으로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저장강박증은 단순히 구청이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당사자의 가족이나 이웃들이 함께 도와주고 격려해주어야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구청은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주민을 설득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과 함께 해당 집안을 정리해주고 있다. 저장강박증은 쌓인 쓰레기를 한번 치웠다고 낫는 증상이 아니다. 정리 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당사자를 격려하고 관심을 갖고 성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저장강박증 조례 최초 발의자 김효정 의원은 부산시 북구에서 태어나 2010년 경성대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민식 전 국회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 김 의원은 2014년에 제7대 부산 북구 구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2018년에 제8대 구의원으로 재선됐다.
김 의원은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김 의원은 “대학원 졸업 직후인 2014년 당시에 우연히 자유한국당 청년위원으로서 구의원으로 출마할 기회가 생겼다. 지역에 애착이 있었기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주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구의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위로를 건네는 것이 바로 구의원의 역할이다. 우리는 발품을 팔아가며 일을 해나간다.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구의원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 모두를 속속히 들여다보면 어려운 일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민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것이 구의원의 일”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주민 사랑은 성별은 물론 나이와 무관하게 모든 주민에게 골고루 미친다. 박지은(21, 부산시 북구) 씨는 “아빠와 집 앞 놀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김효정 의원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김 의원 님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시소를 타기도 했다. 친숙한 동네 언니 같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구청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환경오염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나마 억제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해당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