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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삶을 바꾼다”...공간에 빛을 더하는 조명 디자이너 이정은의 작품 세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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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삶을 바꾼다”...공간에 빛을 더하는 조명 디자이너 이정은의 작품 세계 엿보기
  • 취재기자 정혜원
  • 승인 2020.12.01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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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선구적 작품 제작...네이버 공모전 수상 경력 돋보여
제19회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전시 준비 등 의욕적 창작 활동

공간이 인간의 삶을 바꿔준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에 살다가 전원주택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라는 공간을 전원으로 변경했을 때 나타나는 삶의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집이란 큰 공간 안에는 실내라는 또 작은 공간들이 있다. 그 작은 공간에 조명 스탠드나 화병 하나가 더해지면, 이것 때문에 역시 작은 공간이 변하게 되면서 인간 삶의 작은 부분이 변할 수 있다. 조명 스탠드나 화병과 같이 공간을 한층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로 우리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 수공예 작가들은 그래서 삶을 디자인하는 ‘신의 손’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정은(26) 수공예 작가도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장식해주자는 꿈을 지니고 작품을 만든다.

이정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조명기구. 동그란 조명 갓이 이 작가의 작품 포인트다. 은은한 불빛은 작품에 품격을 더한다(사진: 이정은 씨 제공).
이정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조명기구. 동그란 조명 갓이 이 작가의 작품 포인트다. 은은한 불빛은 작품에 품격을 더한다(사진: 이정은 씨 제공).
조명기구와 화병을 위주로 다양한 공예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작가 이정은 씨(사진: 이정은 씨 제공).
조명기구와 화병을 위주로 다양한 공예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작가 이정은 씨(사진: 이정은 씨 제공).

이 작가는 조명기구와 화병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다. 2018년 8월, 공예디자인학과의 가구 전공을 졸업하고 진학한 대학원에서 이 작가는 다양한 연구와 과제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덩치가 큰 가구가 아닌 소품을 디자인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 작가는 “소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더 매력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요즘은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영감으로 아담한 소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공예품을 제작하지만, 그중에서 조명기구는 특히 끌리는 존재다. 어두운 주변을 밝게 만드는 조명의 힘이 작가에게는 창작 욕구를 자극해서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조명은 다양한 빛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네이버 공모전에 당선된 이 작가의 조명 작품.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작은 티끌도 빛에 비쳐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사진: 이정은 씨 제공).
네이버 공모전에 당선된 이 작가의 조명 작품.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작은 티끌도 빛에 비쳐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사진: 이정은 씨 제공).

이 작가가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19년 2월, 네이버에서 주최한 공예 창작자 공모전에 출품한 조명 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당선 혜택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개인 부스를 열 기회를 갖게 됐고, 코엑스 현장에서 소비자들은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말해 주었다. 이 작가는 그들의 의견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되돌아 보는 계기를 얻었다. 이 작가는 “해당 전시회를 통해 여러 모로 내 자신이 성장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동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조명기구를 디자인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니다. 조명은 전구를 감싸는 조명 갓의 두께와 형태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조명 작품이 만들어지고 거기서부터 밖으로 발산되는 빛이 아름다우면서 그녀가 원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수백 번 조명 갓의 모양과 두께를 바꿔보고, 그에 따라서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 3D 프린팅을 하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사진:이정은 씨 제공).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 3D 프린팅을 하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사진:이정은 씨 제공).

이 작가의 작품은 3D 프린팅 기법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3D 프린팅이란 3D 프린터로 입체 물품을 찍어내는 기술로 작품을 스케치하고, 모델링한 다음, 이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면 작품이 프린팅되어 완성된다. 이는 이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이다. 이 작가가 3D 프린터로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과제에서 비롯됐다. 대학원 진학 후, 작품 과제를 받은 이 작가는 3D 프린팅 기법으로 조명기구를 비롯한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시, 그녀는 독학으로 3D 프린팅을 배웠고, 이후 그녀의 작품은 3D 프린터로 제작됐다. 이 작가는 “3D 프린팅으로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가장 적합하고, 과학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원을 변형해 만든 화병. 좁혀지는 원의 모양과 부드러운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사진:이정은 씨 제공).
이 작가가 원을 변형해 만든 화병. 좁혀지는 원의 모양과 부드러운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사진:이정은 씨 제공).

디자인을 스케치하는 과정에서 이 작가가 중시하는 포인트는 원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원과 곡선이 눈에 띈다. 이는 구상 단계에서 원을 먼저 그려 놓고 그 원을 눌러보거나 찌그러뜨리거나 쪼개어보는 등 다양하게 변형해서 새로운 모양으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원을 활용해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창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디자인 구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원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스케치가 완성되면,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한 스케치를 3차원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모델링 과정을 거친다. 이후 만들어진 3차원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프린트하면, 3D 프린터는 이 작가가 사용하는 친환경 소재(보통 프린터에서 잉크로 생각하면 됨)를 녹여 프린트한다. 이 과정을 전부 거치면, 3차원의 입체 작품이 탄생한다.

스크래치가 발생한 실패작 중 하나. 작업실 온도가 낮아지는 겨울에는 3D 프린터 작업 도중 실패작이 많이 나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혜원).
스크래치가 발생한 실패작 중 하나. 작업실 온도가 낮아지는 겨울에는 3D 프린터 작업 도중 실패작이 많이 나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혜원).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3D 프린터를 사용해 깔끔한 완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프린터에서 방출되는 소재가 한층 한 층 쌓아 압축되면서 작품이 완성되는데, 시간과 정성이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작품 완성에 짧으면 15시간에서 길면 하루 넘는 시간이 소요되고, 프린터 작업에서 온도가 예민하게 작용해서 갑작스러운 스크래치 오류로 인한 실패작도 많이 발생한다. 이 작가는 “모든 작업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다양한 제품을 지속해서 만들어보면서 나만의 작품이 나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작품. 3D 모델링으로 원을 비틀어 틀을 잡은 다음 프린팅 과정에서 표면이 오돌도돌하게 표현되도록 만든 역작이다(사진: 이정은 씨 제공).
이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작품. 3D 모델링으로 원을 비틀어 틀을 잡은 다음 프린팅 과정에서 표면이 오돌도돌하게 표현되도록 만든 역작이다(사진: 이정은 씨 제공).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 중 이 작가가 특히 애착을 갖는 작품은 특이한 표면이 특징인 화병이다. 이 작품도 원으로 시작해 틀을 잡은 다음,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특이한 표면이 나오도록 작업했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은 대중적이기보다 희소성이 있고, 그래서 가장 나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작품 활동 틈틈이 다양한 전시회를 갖기도 한다. 대학 때인 2018년엔 본인의 작품이 본인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전시 횟수가 늘어날수록 특별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 작가는 “스스로 연구하며 내 스타일로 만들어서 내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꾸준히 혼자 연구해보면서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이 작가는 다섯 번 정도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도 이 작가는 서울 코엑스에서 12월 9일부터 열리는 ‘제19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 준비에 바쁜 일정을 살아가고 있다. 해당 전시회를 위해 요새는 밤을 새워가며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작가는 “나에게 이 전시회는 큰 기회다.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서 좋은 평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공예 작품의 3D 프린팅 제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작품은 질이 낮다거나 완제품이 아니라 시제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 작가는 “3D 프린팅 작품이 시제품의 한계를 지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무너트리고,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 작가는 미래에는 조명 디자인 이외의 디자인에도 도전하고 싶어 한다. 이 작가는 “나의 길을 열어나가고 싶다. 조명 디자인 말고 그래픽 디자인에도 흥미가 있고, 그밖의 새로운 디자인 세계에 도전하고 싶다”고 미래 포부를 밝혔다. 미래 계획을 말할 때 그녀의 표정은 밝은 조명처럼 더욱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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