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가챠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유사...일부 유저들, 반복적 과금 구매에 '부글부글'
취재기자 안시현
승인 2021.01.3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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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율 규제로 게임사의 확률 고지 유도...일부 해외 게임은 아직도 외면
일부 게임은 일정 금액 이상 과금하면 확정 지급하는 천장 시스템 도입
전문가,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적정성 논의 필요하다"
요즘 모바일 게임에서 ‘가챠(gacha)’ 없는 게임은 찾기 힘들다. 가챠란 뽑기형태로 아이템을 사는 방식이다. 랜덤박스 형태로 뭐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하고 돈을 쓰는 일종의 복권 내지는 도박과 같다. 그래서 유저들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엄청난 액수의 돈을 들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확률형 게임에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을 고지하도록 되어있다. 일부 해외 게임은 확률 고지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확률은 극히 낮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얻기 위해 돈을 쓴 이용자 임다희(24, 충남 세종시)씨는 “내 딴엔 큰 돈을 '과금'했는데도 나오지 않으니 배신감이 크고 허무했다”며 가챠 시스템을 비판했다. 과금은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임에 돈을 쓰는 행위를 뜻한다.
반대로, 원하는 아이템이 어느 순간 한 번에 나올 수도 있어서 이용자들은 가챠에 중독된다. 엄청난 금액을 들여서 뽑기로 아이템을 뽑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확률형 아이템을 연속으로 뽑는 한 영상은 조회수 80만을 훌쩍 넘겼다.
우리나라는 도박이 금지돼 있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자율규제를 통해 가챠 확률을 공지해야한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는 동참하지 않아 정확한 확률을 알 수 없는 게임도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지난 12월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은 온라인게임 4종, 모바일게임 18종으로 총 22종이었다. 이 중 두 건만 제외하고 모두 해외게임이다.
국내 게임의 높은 자율규제 준수율에 확률을 공개하는 해외 게임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7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2020년 12월 자율규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개발사 게임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60.4%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각 100위에 드는 게임 중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임 53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지난 12월 국내 게임 자율규제 준수율은 99%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게임 전체 준수율은 86.1%다.
일부 게임업체는 유저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천장 시스템은 일정 수준 이상 과금 시 희귀한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유저 간 경쟁이 이뤄지는 게임 장르는 모든 과금 요소에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
민간 자율규제가 정착하는 가운데, 정부는 게임에 존재하는 가챠를 본격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과 획득 기간을 허위로 표기한 게임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확률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확률형 아이템은 반복적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저를 몰고 간다”며 “확률을 정확히 공개하도록 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적정성 부분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