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생리 주기, 많은 양의 생리, 극심한 생리통 등 백신접종 후 증상
백신부작용 신고에 ‘생리 부작용’ 항목 없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
허술한 백신부작용 신고 항목 개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여러 증상의 월경 장애를 겪는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모(24, 부산시) 씨는 지난 달 24일 화이자 1차 백신접종 후 2주가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하혈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이 씨는 “‘오버나이트’ 생리대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양의 생리가 나오고 있다”며 계속된 하혈로 병원을 찾아 철분제와 피임약을 처방받고 복용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최 모(35, 부산시) 씨는 화이자 2차 백신접종 후 두 달 가까이 생리가 멈췄다. 최 씨는 생리 주기가 되면 가슴 통증, 편두통 등 생리전 증후군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정작 생리는 하지 않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생리불순, 하혈 등 월경장애를 겪은 여성들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모더나 백신접종 받은 두 모녀도 갑작스런 월경으로 인해 불안함에 휩싸였다.
어머니 박 모(44, 경남 창원시) 씨는 “월경이 끝나고 2주 뒤 모더나 1차 백신 접종 주사를 맞았는데 다음 날 속이 메스꺼우며 하혈이 시작됐고 10일간 이어졌다”며 “딸도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어 더 고민이 많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딸 김 모(23, 경남 창원시) 씨는 평소엔 약 한 알이면 금방 나아졌던 생리통이 여러 알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모더나 1차 백신접종 후 본래 생리 주기에 맞지 않게 바로 다음날 생리가 터졌고, 극심한 생리통과 빈혈에 시달렸다”며 “여성들은 생리 주기가 하루 이틀만 차이 나도 예민해지는데, 일주일은 심각하단 생각이 들었고 과도한 고통에 지치고 힘들었다”고 전했다.
생리장애를 겪은 두 여성은 병원에서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로 진단받고 진통제와 철분제를 처방받아 현재는 회복된 상태다.
백신 접종 후 월경 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 방역당국에 “생리 부작용을 신고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생리에 관련된 모든 증상을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더라”며 “백신 부작용 신고에 두통 근육통 열은 있지만 생리에 관한 항목은 없어서 부작용 신고도 못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남녀노소 공통으로 겪는 발열, 통증, 구토 항목뿐 생리 부작용에 체크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물론 직접 증상을 서술할 기타 항목조차 없다.
질병관리청이 개설해 놓은 코로나19예방접종 사이트 부작용 신고란 항목에 통증, 구토 등 보편적으로 알려진 부작용 증상들만 있고 ‘생리’에 관한 항목도, 증상을 적을 수 있는 기타 항목도 없다(사진: www.코로나19예방접종.kr 홈페이지 캡처).
박 씨는 “월경 문제는 왜 처음부터 질병관리청의 이상 반응 목록에서 빠져있는지, 여성의 월경은 중요한 건강 지표로 다뤄지지 못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3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 글은 현재 총 3만6709명의 동의를 얻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 등 생리 이상 반응에 대한 국내 보고는 있으나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면서도 “당국이 자료를 수집하고 신고해서 그에 대한 연관성, 인과관계가 있으면 이른 시일 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모 종합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 모(51) 씨는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신체에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월경장애와 백신부작용을 섣불리 연관 지을 수 없다”며 ‘여성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두 증상에 대한 명확한 상관관계 연구의 빠른 진행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