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예방을 위해 1세 미만 영아에 접종하는 일본산 경피용건조 BCG 백신의 첨부용액(생리식염수액)에서 기준을 초과한 비소가 검출돼 신생아 부모들이 ‘비소 공포’에 빠졌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경피용건조 BCG 백신은 일본에서 수입해 온 것으로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후 9개 바늘을 가진 주사도구를 이용하여 두 번에 걸쳐 강하게 눌러 접종하는 백신이다. 문제가 된 것은 제조번호가 KHK147, KHK148, KHK149인 백신 주사액으로, 사용하는 생리식염수액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0.039㎍(0.26ppm)의 비소가 검출됐다. 이는 1일 허용 기준치인 1.5㎍/일(5kg)의 1/38수준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비소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소량에 노출돼도 인체에 장기간 쌓일 경우 피부암, 폐암, 방광암등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맞혔던 부모들뿐만 아니라 맞히려는 부모들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소식을 접한 ‘맘 카페’는 불안감과 분노를 호소하는 글로 들끓었다. 맘 카페 회원 A 씨는 분유를 타는 물도 끓여 식혀서 타고 하나하나 신경 써서 아이에게 먹이는 터에 직접 발암물질을 주입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흉터 안 남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발암물질을 맞게 했다. 열 받아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B 씨는 어렵게 낳은 아이에게 돈 주고 독을 넣게 만들었다고 분노를 보였다. 그는 “맞고 별 탈 없으면 괜찮다고 말하는데 제대로 검사 못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비소주사 놔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일본 후생성은 백신이 아닌 첨부용제가 일본약전 비소 기준을 초과했지만 일본 국립의약식품위생연구소의 건강영향평가 결과, 함유된 비소로 인한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회수 없이 제조소 출하만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후생성의 조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국내 BCG 백신 대체품이 있는 점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해당 제품의 회수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국가결핵예방접종용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은 국내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나, 피내용 BCG 접종을 제공할 전국 보건소 및 지정 의료기관이 제한되어 있어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문제가 된 백신을 회수 조치한다고 밝혔지만, 여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이제야 비소가 검출됐는지 어떤 과정에서 수입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내 자신 아니라고 물 흐르듯 넘어가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부모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지 생각해봤나요.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 왜 회수하는지,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적어도 알려줘야 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인은 “어떻게 이제야 검출이 됐고, BCG 백신이 들어올 때 어떤 검사를 했는지, 어떤 성분들이 들어가 있는지, 또한 이런 사태를 대비해 앞으로의 관리 방안과 이번 BCG 백신 사건이 건강에 아무 이상 없는지 꼭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경피용 대신 피내용 BCG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지정의료기관 372개소는 예방 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영유아 보호자들은 가까운 보건소 및 지정의료기관을 사전확인 후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