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로 진행된 '청년운동회'.. 부산 지역 탐방 및 자신이 기획한 프로젝트 공유
“올해, 당신은 무엇에 동했으며 무엇을 움직이게 했나요?”
원주 기획자 단체 ‘원기옥’과 생명협동교육관, 무위당학교 사회적 협동조합의 주최와 더불어 영도 문화도시센터 관계자들, 그리고 다양한 청년들이 한데 모여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지며 ‘행성충돌! 청년운동회’가 진행됐다.
청년운동회는 청년 기획자들을 더 많이 양산하고 서로의 기획 아이템들을 공유 및 홍보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크게 강원도 원주 청년 기획자들과 부산 청년 기획자들이 주가 되어 행사가 진행됐으나 서울시 강동구, 춘천 등 다양한 지역 청년들도 함께했다.
행사는 1박 2일동안 진행됐다. 지난 12월 14일부터 총 34명의 청년들이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모여 영도구 ‘깡깡이마을’ 투어 및 친목 다지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의 막을 열었다.
마을 투어가 끝나고 부산 청년-청소년공동체 ‘고치’의 본부이자 스페인 전문 음식점 영업도 함께 하는 ‘프린체’에서 청년들의 발표 시간을 가졌다. 발표는 ‘움직이는 청년들, 무엇에 동하고 무엇을 움직이게 했는가?’라는 주제를 갖고 올 한 해 동안 청년들이 기획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청년운동회 장소를 제공해 준 교육협동조합 ‘고치’는 부산 북구 덕천동에서 ‘청소년 공부방’으로 시작된 단체다. 2012년 12월부터 청소년들과 다양한 교육문화활동을 해왔으며 2018년 '만덕천 살리기 운동', 2021년 NEET(청년 무직자들을 뜻하는 신조어) 청년들의 정서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위닛 커뮤니티'를 운영한 바 있다.
‘원주비행’, 그리고 ‘제비여행’. 색다른 아이디어로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청년들
‘여행’이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온통 기획으로 이뤄져 있다. ‘원주비행’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한 청년 기획자 노주비 씨는 자신의 고향인 원주시에서의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자신의 이름 ‘주비’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 원주시 여행 프로그램인 ‘원‘주비’행’은 원주의 대표적인 자랑거리인 ‘아카데미 극장’, ‘미로예술시장’ 등을 체험하는 원도심 투어와 도시 속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힐링 투어 두 개로 구성됐다.
청년 기획자 노주비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원주시의 오래된 원도심인 학성동 일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도시재생과 관련된 마을 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한 심해지는 환경 문제를 극복하고자 청년 기획자 이시원 씨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여행’을 합친 ‘제비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시원 씨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9%는 여행 중인 사람들로부터 발생하고 육고기 등 생물을 섭취해도 탄소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원 씨는 “조사를 바탕으로 환경 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여행을 즐기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식’을 먹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지역 발전과 지역 주민들의 문화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 기획자들
청년 기획자 탁영희 씨는 춘천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자 춘천문화재단에서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탁영희 씨는 춘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시민 커뮤니티 공간 ‘모두의 살롱’ 관계자로 근무했으며 ‘자전거 시민크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녀는 춘천에 단 하나뿐인 자전거 카페 관계자와 협업을 맺어 춘천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청년 기획자 탁영희 씨는 “춘천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돼 일상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춘천문화재단은 자전거로 도시문화를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 시민크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원래 자전거를 탈 줄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전거를 배우며 크루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 뿐 아니라 원주문화재단에 소속된 청년 기획자 박주현 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원주시 원인동이 ‘미술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둘레둘레 원인동’ 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둘레둘레 원인동’ 프로젝트의 결과로 원인동 곳곳에 공공 조형물이 설치됐고 버려진 나무 팔레트를 재활용해 예술품을 만드는 등 미술마을에 가까워지도록 마을이 가꿔졌다.
강원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도 한 청년 기획자의 움직임으로 문화 수준이 높아진 지역이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활동중인 청년 기획자 전형준 씨는 현재 강동구 문화정책 중 하나인 '다독다독 북카페'의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독다독 북카페'는 강동구 '강동 사회적기업 협의회'에서 위탁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참여형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전형준 문화기획자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 수준 함양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 기획을 실현해가고 있다.
‘다독다독 북까페’는 단순한 마을 도서관이 아니라 스탬프 투어, 예술작품 전시, 지자체 행사 등 다양한 참여형 문화 콘텐츠 활동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전형준 문화기획자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주춤했으나 결국 유동 인구가 적은 강동구 지역에 문화생활 등을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삶 자체를 기획한 청년 기획자도 있었다.
지속 가능한 베이킹(Baking)을 꿈꾸는 청년 기획자 이서안 씨는 자신을 ‘까페 사장’, 또는 ‘제빵사’ 등으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 전공은 제과ㆍ제빵이다. 그러나 평범히 살기를 거부한 이서안 씨는 현재는 서울 망원동에서 비건 디저트카페 매니저로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론 카페 대표 등으로 국한되지 않고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느슨한 연대'로 삶을 꾸려가고자 한다.
지역 문화 발전을 넘어 공연과 사회 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청년 기획자들
1984년 만들어진 예술 공동체 ‘큰들’은 마당극을 주로 하는 예술 단체다. 큰들 소속 청년 기획자 박정민 씨는 올해 기획 차장 역할을 맡게 돼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소통을 해오고 있다. 대안학교에 마당극 공연 기획과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을 통한 비대면 소통 등을 기획해 전통 예술과 현대 창작극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술공동체 ‘큰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총 35명의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외 국제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고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울산 유니스트 연구원 출신 이명준 한복 홍보대사는 ‘띵크박스’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맞서 한복 홍보를 하고 있다.
그는 한복 홍보 뿐 아니라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을 주로 해오고 있는데, 울산시 정책 발전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으며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해 울산청년센터에서도 콘텐츠를 제작한 바 있다.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활동하는 청년 기획자들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는 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예술 문화 관련 기획자들을 배출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1월부터 한 달간 ‘영도가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영도가 문화학교 수료생 정진섭 예술 크리에이터는 미술 전공을 살려 자신의 작품을 대전, 서울, 양산 등의 갤러리 카페와 부산 BNK 부산은행 갤러리 등에 전시하는 등 우리나라 예술문화 수준을 크게 높였다.
정진섭 예술 크리에이터는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한성 1918 부산생활문화센터’에서 개최한 ‘오만데떼만데’ 어반스케치 단체 전시 및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1인 활동가로 활동하는 구태희 씨는 청년 동아리 ‘땀차’를 기획해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해외 한인 동포를 만나는 모임 ‘봄’에도 참여하는 구태희 씨는 “언젠가 DMZ에서 남북 및 동아시아 청소년들의 평화캠프를 여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청년운동회 이튿날인 15일 18명의 청년들은 부산 민주공원, 가덕도 투어를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행사 장소를 제공한 이언옥 ‘고치’ 대표는 “청년들 한 분 한 분의 반짝이는 열정은 보석을 보는 것 같았다. '느슨한 연대'의 힘으로 그 반짝임들이 건강하게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