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 나가는 과정이니 방향을 잘 몰라 힘들 수 있다" 위로
‘만약에 세상에 너 혼자만 산다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 질문에 오히려 좋다는 사람과 우울하고 외로워질 것 같아 싫다는 사람 등 다양한 답변이 오간다. 함께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슬픔과 투병 중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1393. 이 숫자는 학교에서 자살 예방 교육을 받을 때 들었거나, 자살과 같은 기사를 접하게 될 때 아래에 적혀 있는 내용을 통해 한 번쯤 봤을 거다. 그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번호, 1393. 오늘 1393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세요,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입니다.”
일과를 전부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끈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 일기 쓰는 습관이 있지만, 오늘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어떤 과정을 겪고 있나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담사는 정말 한결같은 톤과 어투로 상담을 이어 나갔다.
“경험해 나가는 과정이니 방향을 잘 몰라 힘들 수 있어요, 정답은 없으니, 본인만의 정답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서로 오가는 대화 사이에 있는 고요함이 어색함이 아닌, 다음 공감의 말이 무엇일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삼담사가 가장 많이 이야기 한 단어는 ‘혼자 말고’. 그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더욱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거다”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생각이 깊어질 뿐 아니라 안타까운 상상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3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속에 정말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오갔다. 인터뷰라는 점을 잠시 잊고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어가는 시간이 됐다. 직장 이직 과정에서 삶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는 상담사. 그는 “이 상담 전화로 위로를 얻었고, 상담일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답변으로 “말씀해주신 것처럼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좋은 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살은 선택이 아닌 투병
Q. 한국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으시다고?
A.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는 정신 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투병했다’고 표현하는데, 정신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께 선택했다고 말하는 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의 예일대 정신과 나종호 교수님 편에서 나온 답변이다.
최근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 마음엔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자살 충동을 느끼고 실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싶다.
사람은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와 같이 별거 아닌 말에 큰 감정이 오간다. 오늘부터 가까운 사람과 간단한 표현으로 서로를 위로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