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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공간... 서점 ‘크레타’를 운영하는 강동훈 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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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공간... 서점 ‘크레타’를 운영하는 강동훈 씨를 만나다
  • 취재기자 서하늘
  • 승인 2023.11.14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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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자유의 공간인 서점 ‘크레타’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에 빠져

사유와 자유의 공간

“어서 오세요. 사유와 자유의 섬 ‘크레타’입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공구거리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자그마한 입간판의 뒤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강렬하지만 차분한 버건디 색상의 벽이 나를 반겨준다. 바로 강동훈(37) 씨가 운영하고 있는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 크레타의 입구의 모습이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독립서점 크레타의 입구의 모습이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시작은 모임에서

독서모임을 14년째 하고 있는 동훈 씨는 사실 처음부터 독립서점을 열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군대를 갔다 오고 복학 후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매 번 모임을 위해 여러 공간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작더라도 우리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동훈 씨는 “이왕 공간을 만들 거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다. 동훈 씨에게 있어서 책은 세상과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자 최고의 파트너다. 자신의 결심을 구현시키고 파트너와 함께하는 공간이 자연스레 독립서점 ‘크레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나게 되었다.

북 커뮤니티 사과

동훈 씨는 2011년부터 독서모임 사과를 운영 중이다. 횟수로는 400회 이상의 모임을 주최했다. 부산 최대규모의 독서모임으로 21개의 모임과 2개의 운영자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매 달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매 월 20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은 ‘크레타’에서 진행된다 대규모가 아닌 10명 남짓 사람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진행된다.

독립서점 크레타의 대표 강동훈 씨(사진: 크레타 제공).
독립서점 크레타의 대표 강동훈 씨(사진: 크레타 제공).

서점 이름의 탄생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은 동훈 씨의 인생의 태도, 삶의 방향키를 잡아준 소중한 책이다. 책에서 주인공 ‘조르바’가 살아가는 곳이 ‘크레타’다. 조르바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적 인물인데, 동훈 씨는 “이 공간에 오신 분들이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을 품어보셨으면 해 ‘크레타’라고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크레타’는 그리스의 지역으로 문명 발상지임과 더불어 그리스 로마신화 속 미궁 ‘크노소스 궁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점의 대표 디자인 컬러도 실제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의 입구와 기둥색인 버건디를 사용했다. “보통 소화하기 어려워서 인테리어 할 때 안 쓰는 색인데, 공간과 맞게 사용을 했다”고 동훈 씨는 말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동훈 씨에게 가장 큰 의미를 남겨준 ‘그리스인 조르바’는 취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다운 삶이 뭘까? 고민을 한 번쯤 해본 청년에게 추천한다. “나답게 살고 싶은데 삶이 나 다움을 찾아가기보다 나 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에서 구조가 짜놓은 시스템 안에서 나를 끼워 맞추고 있는 느낌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친구들이 읽어보면 좋다”고 동훈 씨는 말했다. 조르바는 어떤 외부적인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무례하지만 소설에서 왜 이런 인물이 탄생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읽으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동훈 씨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라고 말했다.

돌멩이? 돌덩이?

버건디 색상으로 둘러싸인 서점의 벽을 둘러보면 곳곳에 암벽과 유사한 벽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 사이 특이한 돌멩이가 하나 있다. 동훈 씨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그리스인의 조르바’라는 책에서 조르바가 갈탄 광산을 개발하는 사업을 한다. 갈탄 광산을 개발하다 결국 무너져내려 망하게 되는데 그 광산을 오마주한 장식품이라고 동훈 씨는 말했다. “나는 조르바와 같이 망하지 않겠다”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가게 입구에서 바라보면 문을 통해 바로 보이는 이 돌은 ‘크레타’의 문지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점에 배치되어있는 돌멩이 장식품의 모습이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서점에 배치되어있는 돌멩이 장식품의 모습이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크레타’만의 독자층

동훈 씨는 책으로 인한 수입을 기대하며 가게를 연 것이 아니다. “안 팔린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라고 말하며 “단순히 책이 있는 서점을 연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체적인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연 ‘크레타’는 탄탄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다. 서점에서 간간히 열리는 북토크를 통해서도 책을 팔고 있어 수입은 나쁘지 않다. 동훈 씨는 “결국은 어떤 독자층을, 고객층을 갖고 있는 가에 대한 여부다”라고 말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잘 도와주신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지다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냐는 질문에 동훈 씨는 자신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학창시절에 문학청년도 아니었을 뿐더러 게임만 하고 살았다는 동훈 씨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군대에서 했다. 동기 친구가 책을 엄청나게 읽는 사람이었는데 책을 근거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고 말했다.. 전역 후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동훈 씨는 그곳에서 여러 대기업 선배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니 다들 독서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동훈 씨는 말했다. 그렇게 독서 모임의 주최자가 되었고 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동훈 씨는 “책이 좋다기보다 책을 통해서 오래 알아왔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면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게 해주는 열쇠가 책이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이 유효하다 보니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책장에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크레타 책장에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잊혀지기 쉬운 자유를 위해서

서점의 책장 옆을 보면 그리스어가 적혀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동훈 씨는 이 메세지를 공간에 녹여냈다. 자유로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삶을 살자. 자유롭게 살자. 책임과 의무를 벗어던진 나만의 자유라기보다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이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꿈꿔보자고 말했다. “사회 속에서 자유를 계속해서 의식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잊혀지기 너무 쉽다. 꼭 이런 생각을 간직하셨으면 한다”고 동훈 씨는 말했다.

벽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벽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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