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금일', '사흘'의 뜻을 알고 있는가? 심심한 사과는 마음 깊이 매우 사과드린다, 금일은 오늘, 사흘은 3일을 뜻한다. 그러나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누리꾼들이 지루하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뜻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논란이 생겼다. 이처럼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인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보급률과 이용률이 굉장히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연간 종합독서율'은 성인 47.5%로 절반이 되지 않는다. 연간 종합 독서량도 4.5권으로 이전 조사인 2019년에 비해 3권이 줄어들었을 정도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성인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6.5%),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26.2%)을 답했다. 학생은 '스마트폰·텔레비전·인터넷·게임 등을 이용해서'(23.7%)와 ‘교과 공부 때문’(21.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직장에 다니는 김준형(5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아침 일찍 회사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집에서 잠깐 남는 시간엔 TV나 스마트폰 등으로 가벼운 콘텐츠를 본다"며 읽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책은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양하준(17, 부산시 연제구) 군도 "밤늦게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 집에 오면 잠깐 스마트폰을 본 뒤 자기 바쁘다"며 빠르고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고 책 읽을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쇼와 대학교 모토야스 혼마 교수 연구팀의 결과 발표에 따르면, 종이책보다 스마트폰으로 독서 했을 때 독해력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성인 34명에게 같은 책을 각각 스마트폰과 종이책을 사용해 읽게 했다. 종이책보다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었을 때 정상적인 심호흡을 덜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뇌의 전두엽의 활동량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독해력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이 글자를 읽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이 심각하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학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해 읽지 않고, 영상을 만들어 보내라고 하는 일이 생길 정도다. 지난 7월 2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204회에서는 문해력을 연구하는 한양대 국어교육과 조병영 교수가 출연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 19가 심할 때는 가정통신문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냈다. 안 읽으시니까"라고 말했다. 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문해력이 많이 떨어졌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부른다. 책을 읽으면 지식과 지혜를 쌓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들어왔다. 미국의 부자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독서를 이기는 건 없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유명한 독서광이다. 버핏은 후배들에게 매일 독서를 하는 게 아니라 500페이지를 매일 읽으라고 조언했다. 책에는 저자의 다양한 지식과 철학, 삶의 방식과 지혜들이 녹아있다. 이를 읽음으로써 글과 글 사이의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문해력이 상승하고 자기 생각과 주관을 올바르게 가져갈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