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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연봉 뿌리치고 월 1회 출근하는 회사에서 행복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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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연봉 뿌리치고 월 1회 출근하는 회사에서 행복 만끽"
  • 취재기자 박준우
  • 승인 2016.10.10 05:47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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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나를 팝니다" 취업 세일즈로 화제 모았던 유태형 씨 특별 인터뷰 / 박준우 기자
'유태형 팝니다'에 쓰인 명함과 입찰제안서의 모습(사진: 유태형 페이스북)

작년 겨울 SNS에서 화제가 됐던 문구가 있다. “유태형 팝니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자신을 매물로 경매를 내놓는 역발상 전략을 내세운 것. 그 주인공은 유태형(29) 씨.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출근길에 경기도 판교, 서울 광화문 등을 돌아다니며 "저, 부하직원으로 어떠세요?’"라고 적힌 명함을 직장인들에게 건네고 입찰제안서를 나눠줬다. SNS에서 파급력이 큰 유명인사들에게도 “유태형 팝니다”를 공유할 수 있느냐고 일일이 연락했다.

그가 이런 이벤트를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 시장에서 번번이 불합격 통보를 받던 그는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불합격, 자격미달, 탈락. 오늘 완전히 걷어차인 하루다"라고 적은 친구의 포스팅을 봤다. 정말 능력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그는 그날 하루에만 5개 회사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기존의 취업 방식의 틀을 깨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자신을 '세일즈'하기로 했다. 그 결과, 3주 동안 15곳의 기업이 경매에 참여했고, 그 중 한 곳은 1억 원의 연봉을, 어떤 곳은 월 1회 근무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가 택한 곳은 월 1회 근무하는 조건을 내세운 스타트업 기업인 ‘인큐.’ 취업의 주체를 뒤집은 그의 도전은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져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 타일러 페이스북)

그 후 그 사건(?)이 잊혀져갈 때 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의 근황이 드러났다.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28) 씨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유태형이라는 사람이 오바마 미국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오바마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 지인에게 다시 편지를 전달하는 ‘Do You Know Obama?(두유 노우 오바마)’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으며, 자신은 그 편지를 리퍼트 주한 대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득, 유태형이라는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검색해 본 결과 예전 ‘유태형 팝니다’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업 후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프로젝트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 강남에 한 카페에서 만난 유태형 씨(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Q: 유태형 씨, 본인을 한 마디로 표현해주세요.

A: 가장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가 되게 추상적이잖아요. 남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움, 또 내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이 다르니까. 그래서 저는 그 밸런스가 맞춰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밸런스가 맞춰진 사람을 보면 그 사람만의 아우라가 느껴지더라고요. 그 사람의 손짓, 쓰는 단어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 세상에 당연히 존재해야 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저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학창 시절의 유태형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A: 엉뚱의 끝을 달렸죠. 그런 애들 있잖아요. 가정통신문에 항상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함"이라고 적힌 애들. 그게 저였어요. 워낙 유별났기도 했고, 이사를 가서 아이들 텃세 같은 것도 겹쳐서 왕따도 당해봤고요. 고등학교 땐 공부를 못 해서 맨날 놀기만 하고 그랬어요. 그럴 때 저에게 힘이 된 중요한 키워드가 음악이에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저는 음악에서 인생을 배웠어요. 저는 한 분야에 어떤 줄기를 보면 많은 분야가 닮아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음악에서 ‘세상에 많은 역할들이 나눠져있고, 또 그 분야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어우러져서 뭔가 하나가 탄생하는구나’ 하는 그런 것들을 배웠어요.

Q: ‘유태형 팝니다’ 이후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그 당시 경매에 입찰한 기업 중 ‘연봉 1000만 원에 한 달에 한 번 출근과 아이디어 제공’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인재양성소 인큐’라는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고 있고요. P2P금융 스타트업 '미드레이트'에서도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강연 같은 것도 하고, 개인적인 프로젝트도 하고, 저녁마다 스타트업하시는 분들과 마케팅과 관련해서 얘기도 나누면서 살고 있어요.

Q: ‘유태형 팝니다’의 전과 그 후의 유태형의 차이점은 뭔가요?

A: 전의 유태형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의 유태형이었다면, 지금은 지푸라기를 잡은 유태형이에요. 그래서 손바닥에 놓여있는 그 지푸라기를 사진 찍고 전시회 하고 있는 느낌? 그래서 저는 요즘 되게 행복해요. 강연 요청도 많이 오고, 인터뷰도 하고... 예전에는 그냥 유별난 놈이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저라는 정체성을 인정해 주는 것 같고, 그래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아요.

Q: 회사 첫 출근 날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가서 놀았어요. 거기 계신 선생님들 하고 이야기하면서 놀고 선생님들마다 테마송 같은 것들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대표님, 이사님과는 같이 걸어 다니면서 얘기하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아이디어 제안도 하고 기획서도 만들었어요. 저는 인생은 노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고 그래서 되게 즐겁게 놀다 왔어요.

Q: 첫 월급은 어떻게 쓰셨나요?

A: 이게 연봉이 1,000만 원인데 5개월 치 월급을 한 번에 받았어요. 그래서 술 먹는 데 다 썼어요(웃음).

Q: 연봉 1억을 제시한 다른 회사의 입사를 포기했는데, 후회는 전혀 없나요?

A: 전혀 없어요. 물론 1억을 받고 그 회사로 갔어도 재밌게 했을 거예요. 근데 제가 지금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지금 되게 자유롭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좀 무서울 정도에요. 예전에는 창업하고 스타트업 기업을 다니다 보니까, 굶주리는 게 일상이고 한 달에 100만 원 받는 것도 감사했는데, 이제는 강연에 회사도 두 개나 나가고, 내 시간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행복해서요. 그리고 저는 지금 매일매일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제 실력이 늘어나고 뭔가를 먹고 소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라도 굶어죽을 느낌은 전혀 안 들어요.

Q: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나요?

A: 인간의 대한 이해에서요. 인간의 본성, 그러니까 이 감정을 왜 느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요. 사람이 무언가를 봤을 때 감정이 유발돼서 행동으로 이어지잖아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감정이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는 거거든요. 결국은 내가 과연 이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냐는 거예요. 그럼 인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면 멀리 찾을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하면 인간에게 집중해야죠. 무엇을 먹고,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 등등.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나가가서 글로벌에 도전하고 싶어요. 전 세계 사람들과 공감을 한 번 해보고 싶거든요. 내년에 이걸 기획하고 있어요.

Q: ‘오바마 프로젝트’의 목적과 그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오바마 프로젝트는 사실 권력에 대한 이야기에요. 정확히는 힘의 불균형을 시사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어디에서나 힘의 불균형을 느끼거든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도, 심지어 친구 사이에서도요. 그래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연결이 되어 있으면, 과연 이 사람이 힘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럼 우리는 힘이 조금 세다고 누군가에게 막 대해도 괜찮을 걸까, 남에게 쏜 화살이 도리어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오바마에게 편지가 전달된 이후 일은 이미 기획은 해놨지만 지금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이것만 말씀드리자면 오바마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획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Q: 유태형 씨가 가장 잘 하는 것과 또 가장 잘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A: 잘 하는 것도, 잘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요. 우선 뭘 잘하고 싶냐면요. 지금 당장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요, 그 외에도 사진, 요리 쪽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큰 키워드는 글로벌. 세계로 한 번 나아가 보고 싶어요. 제가 잘 하는 건요, 저는 표현을 잘 해요. 단편적인 단어로부터 시작해서 표현에 대해서 고민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래서 이게 좋은 표현인지 나쁜 표현인지 정도는 알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인가요?

A: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이 황금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요즘 몸이 별로 안 좋아요. 좋은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생각을 통해서 보충이 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황금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가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노동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귀중한 거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Q: 앞으로 유태형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나요?

A: 인생의 1막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요. 내년에 시작하는 글로벌 사업을 3년 정도 보고 있거든요. 이걸로 유태형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유태형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때 무엇을 할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지만, 저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주겠죠. 그런데 그것이 마케팅은 아닐 것 같아요. 마케팅은 여기서 끝내고 싶어요.

Q: 취업 준비생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A: 일단 저는 취업 자체가 회사와의 거래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밑지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신, 내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할 수 있을지를 입증해야 하고, 그걸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실력은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인사 담당자를 찌를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이어서, 그 사람이 눈을 감고 만지더라도 손에 걸려야 해요. 제가 보기에는 이게 취업의 포인트이기도 하고, 사업의 포인트이기도 해요. 두 번째는 불합격 통보가 계속 오면 자괴감이 들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에 자신과 불합격을 일치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란 사람 자체가 소중한 존재잖아요. 다만 인사 담당자가 봤을 때, 내 가치가 그만큼 없었을 뿐이지. 그럼 이거(불합격 통보)를 받아들고 내가 좀 더 나를 가치 있게 포장하거나, 가치를 갈고 닦으면 되는 거예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절대 안 했으면 좋겠어요.

Q: 지금의 유태형이 불합격 통보를 100번 받았던 유태형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지금 진짜 행복한 상태에서 그때를 바라보면 제가 봤을 때도 ‘너 못 말리겠다’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 너는 역시 어쩔 수가 없구나. 계속 참지 말고 살아라’ 그런 얘기를 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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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2017-01-29 22:44:02
창조적 인간이란 바로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네요. 유태형씨의 용기있는 선택 지지합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텐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많은 생각과 용기를 던져주는 기사입니다.

한마음 2016-11-19 00:33:01
극심한 무한경쟁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삶을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요. 지금 제일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네요.

차니마니 2016-10-26 21:38:16
연봉 1억이 아닌 연봉 1000만원을 받아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네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유태형씨에게 더이상에 무슨말이 필요할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나에게도 물어보고 싶어지네요^^

가가가다 2016-10-22 07:57:55
요즘같은 세상에 참 부럽다는 생각을 먼저 해보게 됩니다
자기가 할수 있는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 일이라는게 쉽지않은데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제 자신을 한번더 돌아보게 되네요

Kim 2016-10-17 01:00:40
작년 이후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했는데 좋은 기사네요